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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대적 불만족으로 기분이 참 안 좋은 상태이다. 상대적 불만족의 요체는 결국 이것이다. 논문이 아직 안 나왔다는 것이다. 어느새 논문 초안을 쓴 지도 1년이 다 지나간다. 그러나 감감 무소식이다. 결국 보류에 보류를 거듭하다가 저번에는 교수님께 아예 내지 않고 좀 더 자료를 보충한 뒤에 좋은 저널에 내면 좋겠다고 얘기했더니 반기듯이 그렇게 생각해 보자고 하신다. 아이고, 내가 앓는다.
사실 교수님 말씀이 틀린 거 없지만, 나는 연구생활의 첫걸음으로써 작은 성과를 얻었다는 취지에서, 그리고 그것을 다른 리뷰어들에게 인정받고 정식 연구 무대에 데뷔를 시작하는 그런 의미에서 논문을 써서 투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교수님의 생각은 달랐다. 높은 충격 지수를 가지는 저널에 투고하지 않을 거면 투고하지 않을 태세이다. 음... 물론 좋은 뜻인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니 실망감이 더 크다. 1년 전에 냈더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을텐데 지금은 너도나도 이 일에 뛰어들어서 벌써 레드 오션이 된 지 오래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나와 같이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 중 몇몇이 쓴 논문이 이미 출판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Organic Letters지는 매우 좋은 저널은 아니지만 유기화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참고하는 레터 논문집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들의 수고와 노력을 내가 시기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연구자는 결과물로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은가. 논문 다작과 높은 피인용수로 인해 소위 H-index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George Whitesides 교수는 Advanced Material지에 투고한 글에서 "논문을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지금 내게 적용되는 말이다. 정말 슬프게도 나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물론 누가 내가 열심히 한 것을 몰라주랴. 문제는 내 주변, 우리 실험실에서 그런 걸 알아줘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문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최근처럼 깊은 상대적 불만족에 시달린 적이 없었다. 나는 지금까지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만족을 항상 누려왔고 상대적으로도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살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남들의 행보와 성취를 바라보면서 비로소 나도 조바심을 내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여태까지 뭘 했나. 내가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공부가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텐데. 그래서 그런지 실험 외에는 다른 일들이 손에 전혀 잡히지 않는다. 지금 하소연하듯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아까까지 내일 교회 반기회 준비를 하는 회장으로써 일종의 스트레스 내지는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짜 이러면 안되지만, 내가 왜 교회 일을 맡았나 모르겠을 정도로 진짜 실험실에 관련된 일이 아니고는 도저히 다른 일에 관심이 가질 않는다.
그제 금요철야예배를 갔다가 기도마저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어느새 실험 생각이 기도 시간 내내 압도하고 있지를 않는가. 이건 분명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불만족이 주는 이 스트레스는 너무나 뜻밖이고 익숙하지 않아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혹시 교수님께서 내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는 건 아니겠지? 오늘 갑자기 교수님께서 논문 이야기를 꺼내셨다;;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