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글을 쓴다. 자주 들어와서 써야 하는데 어째 페이스북의 영향 때문인지 홈페이지에 일기를 남기는 일이 적어졌네 ㅠ 다시 한 번 열심히 작성하도록 힘을 내야지!


오늘 학부 행정실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다음주 화요일에 화학을 복수전공하려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화학부에서 개최하려 하는데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발표를 맡아줄 수 있겠냐고 내게 제의를 하셨다. 나는 어안이벙벙해서 ㅡ 아니 박사수료심사가 다음주 금요일인데 이걸 알고 전화하셨을 리는 없겠지만 ㅡ 졸업도 한 내가 왜 이걸 맡는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어쩌면 내가 물리학 화학 복수전공을 했으니까 그래서 선정하셨나? 아니면 내가 학점이 비교적 괜찮았어서? 그런데 나는 05학번이고 졸업한지도 꽤 되었으니 학부 사정을 잘 아는 갓 졸업한 07이나 06이 더 낫지 않은가?


그랬더니 박은정 조교님이 그러셨다. '학부장 정두수 교수님께서 그러시는데 이런 일 맡기에 정말 가장 유능한 학생이 있다고, 김성수 학생이랑 홍대호 학생이래요.'


우와,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눈물이라도 날 뻔했다. 내가 졸업한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데 교수님은 나와 대호를 정확하게 기억하시고 성실하고 유능한 학생으로 인정하고 계셨던 것이다. 물론 혼자만의 착각일수도 있고 '일을 맡기기 위한'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교수님의 입에서 특정 학생의 이름이 좋게 불려졌다는 것 자체는 매우 선한 일이다.


내가 정두수 교수님을 처음 본게 수시 면접, 그러니까 2004년 어느 겨우날이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우리 화학부 화학 면접은 두 교수님이 함께 면접관을 보시는데 한 분은 친절한 모드, 다른 한 분은 까칠한 모드로 학생을 대하신다. 그 때 내가 면접에서 답해야 하는 문제는 TOPO를 이용한 나노입자 합성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사실 고등학생 때 그런 내용을 알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면접 중에 추론하면서 답을 정확하게 맞히게 되었고 그게 꽤나 좋은 인상을 심어드렸던 것 같다. 그 때 친절한 모드 교수님이 바로 정두수 교수님이셨다. 입학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었지만 정두수 교수님은 매우 견디기 힘든 수업준비와 과제로 학생을 들들 볶는 악명 높은 교수님이셨다. 하지만 나는 정두수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화학을 더 잘 공부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2학년 때 분석화학 수업에서 다시 또 만난 정두수 교수님. 그리고 학부 지도교수님이셨던 정두수 교수님. 마지막으로 학부생 조교로 교수님의 수업 조교가 되었고, 대학원 들어와서도 난 교수님의 분석화학 조교를 맡았다. 이 얼마나 기묘한 인연이란 말인가.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수님에 대한 좋은 평을 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교수님의 사고와 판단, 그리고 언행과 마음가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그분의 힘든 수업과 어려운 태도도 수긍이 간다. 정두수 교수님의 그 말씀 한 마디 때문에 나는 흔쾌히 다음주 발표를 맡기로 하였고 내일 대호와 만나서 의논하기로 했다. 정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