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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여개의 일기 내용을 하나씩 옮기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그간 내가 썼던 270개의 기억의 단편들을 돌아보는 훌륭한(?) 계기가 되었다. 고 3 첫학기때부터 써 놓은 일기라서 내게는 꽤나 소중하다. 물론 중요한 사건/사고들을 다 실어놓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내 과거의 삶 전부를 대변해주지는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단편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위안이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옛날에 방학숙제로라도 꾸역꾸역 적어서 냈던, 그리고 매일매일 선생님 책상 위에 가져다 내야 했던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이라도 다 보관해 놓았다가 웹으로 게시하는 건데 그랬다.
이건 일종의 기록정신이다. 아버지를 닮은 것이 분명한데, 아버지는 주로 사진과 영상으로 그러한 것들을 담는 데 열중이셨다면, 나는 주로 글과 그림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일찍부터 기술을 접했기 때문에 웹에 글을 많이 올리곤 했고, 많은 시간을 들여서 나름 긴 글들을 쓰곤 했다. (물론 지금 읽어보면 손발이 오글오글거리는 유치한 문장의 집약에 불과했다.) 그런 것들을 그저 버린 채 걸어오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일이 복사해다 붙여서 게시물 등록을 하는 그런 수고를 감행한 것이다.
읽다보니 예전 생각이 무척 난다. 이번에 다 하나씩 읽어본 일기는 주로 학부 초반 시기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지 열심히 학부 공부에 매진했던 과거들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난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다양한 것들을 건드려보며 경험하길 좋아했던 학부생이었다. 어떤 이는 이것을 보며 '넌 정말 재미없게 공부만 더럽게 하다가 수 년을 보냈구나' 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진실로 말할 수 있는 것이 그 당시에 공부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보다 그 모든 것들을 일일이 챙겨가며 다 해내었노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비록 전공 공부만큼 뚜렷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일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해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를 다 건드렸던 시간들이었노라고 항변하고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