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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동생과 함께 이태원에 있는 인도음식점 '마하라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 인도음식점에는 우리만 한국인이었다 싶을 정도로 외국인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왠지 파키스탄이나 인도 북부 지역에서 온 무슬림들이었던 듯 싶다. 인도음식점이라고 쓰여있지 않고 인도-파키스탄 음식점이라고 쓰여있는 점, 그리고 메뉴판에 힌디어를 표기하기 위한 데바나가리(Devanagari) 문자가 쓰여있지 않고 대신 우르두(Urdu)어 표기를 위한 페르시아 문자가 쓰여있다는 점, 그리고 힌두교도가 아닌 이슬람교도로 여겨지는 주인의 풍채 등등. 모든 것들이 이 음식점은 북인도 혹은 파키스탄 지역의 음식을 대표하는 음식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북인도의 주식은 난(Naan)과 같은 빵 종류이고 남인도의 주식은 쌀이라고 한다. 이 집은 난 외에도 로티, 차파티 등의 다양한 빵을 제공하고 있었으니 충분히 나의 어림짐작이 맞았음을 입증하고도 남았다.
동생과 함께 갈릭 난과 치킨 팔락 (커리의 일종), 그리고 케밥을 시키고 라씨를 시켜서 먹었는데 서비스로 사모사 ㅡ 삼각형으로 만든 만두 비슷한 간식 ㅡ 가 서비스로 나왔다. 처음엔 이걸로 배가 찰까 약간 걱정했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매우 배가 불러서 곤혹스러울 지경이었다.
꽉 들어찬 배를 잡고 향한 곳은 이태원의 재즈클럽 올댓재즈(All That Jazz). 1년여만에 찾는 이 곳은 예전보다 사람이 더 많아져 아주 북적거렸다. 이날 무대에 오른 퀸텟은 국제적인 조합이었는데 색소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외국인이었고 트럼페터, 베이시스트, 드러머가 한국인이었다. 재미있게도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는 매우 살집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베이시스트의 표정과 드러머의 '느끼는' 타법에 매우 큰 감명을 받았다. 즉흥 연주가 매우 흥미로웠는데 피아니스트의 즉흥은 여타 피아니스트들의 아주 전형적인 방식과는 다소 다른 방식이라는 느낌이 들어 산뜻했다. 빠른 곡들이 몇몇 있어서 베이스가 아주 달리느라 죽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가끔 들었다.
동생과 마가리타를 한잔씩 시키고 들이키는데 재즈음악이 칵테일에 잘 녹아들어가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갔는데 듣는 중간중간 눈을 감고 들어보니 정말 황홀경이 따로 없었다. 내가 이 맛에 재즈클럽에 온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집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주일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바로 오늘, 주일 오후에는 조원들과 함께 상암동에 있는 하늘공원에 갔다. 생각보다 상암동은 안양에서 멀지 않았다. 서부 간선도로를 타고 30분만 가면 되었다. 물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놀러가는 사람이 무척 많아 도로가 간간이 막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의 체증이었다.
하늘공원에는 처음 가 봤는데, 억새가 유명하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지금 시기는 억새가 무성할 시기가 아닌지라 허허벌판에 초지만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물론 위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그래도 가을에 한 번 다시 와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조원들과 1시간 반동안 하늘공원 내부 거리와 외곽 도로를 내내 걸어다닌 것 같았다. 메타세콰이어 길은 아직 황량한 느낌마저 들었지만 여기도 왠지 나중에 찾아오면 정말 멋진 사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하도 많이 걸어서 그랬는지 너무 배가 고파져서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가 밥을 먹고, CGV 쪽으로 건너가 투썸플레이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중에 재욱이 형한테서 사진을 좀 받아서 홈페이지에도 좀 업로드를 해야겠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요즘 연구는 안 하고 너무 놀러다니는 거 아니냐는 핀잔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동안 논문 작업을 마무리하느라 정말 바빴다. 아마도 이번 주 내에 ACS Nano지에 투고를 하게 될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