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웬만해서는 인스턴트 커피를 거의 입에 대지 않는 편이다. 실험실에서 카제인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열심히 광고를 하는 프렌치 카페 커피 믹스를 살 때에도, 이제는 김연아가 선전하는 맥심 커피믹스를 대량으로 구매해서 비치했을 때에도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내게 인스턴트 커피 믹스는 초등학교 앞 길거리 문방구에서 파는 불량식품같이 느껴졌다. 커피 본연의 맛은 하나도 없고 달달한 설탕과 크림만 잔뜩 들어간 싸구려 커피라는 인식이 그득했을 뿐이다.

 

그랬던 인스턴트 커피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 그것은 공유가 열심히 몇 해 전부터 선전하고 있는 KANU라는 브랜드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요즘 하루에 한 잔씩 타 마시는데 빨간색 아메리카노는 정말 괜찮은 것 같다. 설탕도 전혀 없고, 쓰고 약간 신 커피 맛이 강하게 잘 남는다. 굳이 투썸플레이스에 내려가서 아메리카노를 사 먹지 않아도 충분한 만족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되었다. 물론 커피를 자주 마시면 안 되겠지만, 요즘은 하루 일과에서 사람을 만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마셔야 되는 게 커피다. 피할 수 없다면 그래도 내게 맞는 커피 제품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제품이 내가 좋아할 만한 커피 제품이다.

 

고맙게도 사람들은 설탕이 들어간 노란색 스위트 아메리카노를 선호하고 빨간색 아메리카노는 거의 뜯지 않는 것 같다. 뭐랄까, 사람들이 설탕옷이 잔뜩 입혀진 콘 푸로스트를 먹겠노라고 서로 경쟁하고 있을 때 나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콘 푸레이크를 먹으며 만족감을 누리는 것과 사뭇 비슷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