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 해낸 또다른 일이 하나 있다면, 과학교양서적을 한 권 썼다는 것이다. 2023년에 『읽자마자 과학의 역사가 보이는 원소 어원 사전』을 집필한 뒤, 다른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는데 그 출판사에서 내놓았던 번역 도서인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와 『100개의 미생물, 우주와 만나다』에 이은 후속작으로서 화학과 관련된 내용으로 집필을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에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달도 안 되어 무척 후회했다. 서문(序文)에 적어두긴 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수많은 물질 중에서 100개의 물질을 뽑아 글을 쓰려니 막상 무슨 물질을 골라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작위로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가나다 순으로 표제어가 나오는 백과사전같은 책을 쓰는 것이 아닐 바에야 교양 서적에도 그 나름의 스토리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100개의 물질을 추려서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고백하자면, 이 책의 집필은 '내가 아는 지식을 전수'하는 과정이 아니라 '저자가 먼저 배우는' 과정이었다. 글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온갖 자료 수집을 통해 소화하면서, 내가 먼저 눈이 뜨이는 그런 경험을 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화학이란 학문이 중심 과학(central science)으로서 무척 재미있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어 무척 감동적이었다. 생각보다 집필 기간이 오래 걸려 작년 초에 출판사 사무실에서 호언장담했던 내 모습이 너무 민망하게 느껴졌지만.


10월 경에 초고(草稿)가 전달되었고, 약 석 달 간의 수정 및 추가를 거쳐 마침내 교정쇄(校正刷)를 보았다. 그리고 아마 오늘부터 인터넷 서점 등에서 판매가 진행될 예정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서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화학 교양서 중 하나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물질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침서가 되어 재미있는 화학 세계에 관한 내용을 발 벗고 찾아 나서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이제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는 점차 사장(死藏)되고 있다. 이제 갓 두 권의 책을 내놓은 햇병아리 작가가 위엄찬 어조로 할 말은 아니겠지만, 논문이든 교양서적이든 앞으로 출판이 우리의 지식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종이에 잉크나 토너 가루가 입히는 일이 그치기 전까지는 인간인 내가 좋은 책을 읽고 쓰는 활동을 쉬지 않기를 바란다. 부디 그때까지 부지런히 익히고 나눌 수 있는 연구자이길 바라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