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가 류츠신(刘慈欣)의 『삼체(三體)』에 환호했던 시기라면, 올해 하반기는 아사이료(朝井リョウ)의 『정욕(正欲)』에 경탄한 시기로 요약할 수 있겠다. 탄소학회에 참석하러 포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을 다 읽는 데 나흘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흡인력(吸引力)이 어마어마했다. 


이 책이 말하는 정욕(正欲)의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명확하게 이해되었기에, 등장 인물들의 생각과 관점에 크게 공명했기에 책을 읽어내려갈 때 나도 모를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바르지 못한 내가 바른 척을 하며 바른 욕망을 운운했던 것이 내심 부끄러워졌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얼마나 답이 없는 모순적 존재인지, 그리고 그들이 함께 모여 사는 이 세상은 얼마나 개개인에게 폭력적인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하지만 결국 우리로 하여금 '살아내게'하는 원동력은 함께 '바른 욕망'을 할 수 있는 모둠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연대이자 교류라는 사실도 절절히 느꼈다. 과연 인간의 삶은 곤고(困苦)하지만, 함께 살아갈 때만이 그것을 잊을 수 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