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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숙소는 화양면에 있었는데 대부분의 볼거리가 집중되어 있는 돌산대교 및 이순신광장, 천사벽화마을 지구와는 다소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차가 있었으므로 별로 신경쓰지는 않았다.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은 바로 날씨였는데, 지난주 내내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전국이 장맛비의 영향을 받게 되었기 때문. 다행스럽게도 남해안 지역은 장맛비의 영향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기에 폭우나 소나기가 내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습도는 높아서 토요일은 습도가 무려 100%였던데다가 해무(海霧)가 너무 심해서 케이블카에서는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정도다. 다행히 마지막날인 일요일에는 해까지 모습을 드러내면서 구름은 다소 끼어 있으나 맑은 그런 날씨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다양한 것을 먹으러 다녔다. 지열이와 나는 첫날 이 지역의 특산품이자 최근 제철을 맞이했다는 갯장어의 샤브샤브 음식을 먹어보았다. 둘째날에는 토요일에 합류하는 친구들을 마중나갈 겸 여수 이순신광장 근처의 해장국 집에서 아침을 먹고 쑥 아이스크림을 한 컵 먹었다. 점심에는 한정식 집에서 남도 점심 특선을 먹었고, 저녁에는 청춘포차 거리에서 파는 삼합을 먹었다. 중간중간 카페에 들러 음료수도 마시고, 먹고 싶은 간식이나 숙소에서 먹을 음식이 있으면 그때그때 사 먹었다. 아쉬운 건 지열이나 휘상이가 게장을 못 먹는지라 여수의 특산품 중 하나라는 돌게장을 못 먹어보았다는 것.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먹어보는 것으로...
여수에는 사람이 무척 많았다. 물론 여수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산업단지가 있고,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여수시의 경제는 굉장히 활발한 편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광양이나 거제에서 우리가 떠올릴만한 '산업도시'의 느낌이 이곳 여수에서는 정확하게 호환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한껏 유흥을 쫓는 노동자들로 북적이는 동네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이 지역에는 젊은 나이의 관광객이 무척 많았고, 특히 이순신광장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노래하는 이들이 지극히 많았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예상하다시피, 여수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발표한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이 지역을 완전히 이렇게 바꾸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산업 노동자들의 공장 도시에서 젊은이들의 거리 음악 공연이 밤바다와 어우러지는 낭만의 관광 도시로 말이다. 노래 하나가 도시의 운명과 사람들의 인상을 이토록 바꿔놓을 수 있는 힘이 있을 줄이야, 당시에는 여수시 관계자 누구라도 알지 못했으리라. 지금 여수의 경제와 사회를 활력 넘치게 만드는 것은 모두 그 노래의 공이 실로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우리는 내가 이번에 가져간 보드게임 Survive를 정말 열심히 했다. 거의 일곱판 정도는 돌린 것 같다. 원래 우린 전통적으로 고스톱과 섯다를 자주 하는데, 이번에는 이 보드게임을 가져간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협력과 배신이 난무하는 이 탈출 게임 앞에서 우리 넷은 서로를 밀어 주다가 내동댕이치는 등 '오랜 친구 사이엔 우정이란 없다.'는 아이러니한 명제를 기어이 참으로 증명하고야 말았다.
여수 천사벽화마을에서 모든 일정을 마친 우리는 올라가던 길에 잠시 전북 임실군을 들러 치즈축제가 벌어지던 마을에 들러 치즈피자를 시켜 먹었다. 여담이지만, 형편 없는 피자 퀄리티에 우리는 모두 고개를 떨궈야 했고, 치즈를 만든다는 것 외에는 도무지 이 좋은 스토리를 팔아치울 재간이 없어 보이는 임실군은 치즈 산업과 관련해 외부로부터 아주 심도 있는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우리는 곧장 익산으로 달려갔고, 중간에 익산의 왕궁다원(王宮茶院)에 들러 차를 나누며 또다시 보드게임 Survive를 두 판 했다. 시간이 되자 익산역까지 친구들을 데려다 주었고, 나는 지친 몸을 이끈 채 완주로 귀환. 굉장히 재미있었던 2박3일 일정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