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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받았던 훈련에 비하면 이곳 전주시 송천동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받은 훈련은 아주 '거저 먹는' 수준이었다. 완주에서는 사격이니 전투시 약진이니 수류탄 투척 평가니 모든 것들이 다 정석대로 진행되고 지뢰 매설이나 장애물 설치 등에 필요한 교보재들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갖춰졌던 것에 비해서 이곳 전주에서는 모든 것들이 대충 진행되었고, 뭐 하나 세심하게 평가받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보통 대부분의 예비군 훈련이 그와 같이 진행된다고 했다 ― 즉, 완주에서의 작년 예비군 훈련이 엄청 혹독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작년 완주에서 받았던 훈련이 더 좋았다. 나는 기왕 하자면 제대로 하자는 주의라서 이렇게 대충 편하게 하는 것이 너무 마음에 안 든다. 그럴 거면 왜 굳이 4일간 32시간의 시간을 내어 이런 농땡이를 부린단 말인가? 목표와 명분 모든 것이 뚜렷하고 설득력 있는데, 왜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자신들이 진행하는 훈련의 강도를 '알아서' 낮춰가면서까지 그런 무의미한 편의를 봐 준다는 것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모두들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고 내게 맡겨진 것들만 잘 수행했다.
뭐,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다더니. 사실 첫날에는 정말 이들의 사고방식이 황당했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모두가 직업군인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약 2년간의 병사 생활을 했던 예비역들의 경우라면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르는 이 복장, 이 분위기, 이 장소가 결코 긍정적인 곳은 아니겠지. 남자로 태어나서 자동적으로 짊어지게 된 의무기에 이행한 것일 뿐인 군역(軍役), 애착이 가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사회에서는 태만함을 전혀 부리지 않는 이들도 늘어지게 된다는 신기한 장소가 바로 예비군 훈련장인 것을.
그러니까 모두가 나같은 것이 아니다. 정작 나는 군생활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전문연구요원이지 않은가. 어찌보면 나야말로 교범에 따르는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최고라고 믿는 얼빵한 선비같은 사병일뿐, 사실 실전에 돌입하면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사람들이 바로 그들일 것이다. 내가 품는 생각이 대한민국의 극소수가 품는 감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담배를 피워대는 저 젊은 20대들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이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 나도 좀 변해야 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그래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다들 열심히 기운차게 잘 받으면 훈련을 진행하는 조교와 교관들 뿐 아니라 같은 분대원들에게도 덕(德)이 되고, 일찍 퇴소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기왕 할 거, 잘 하면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