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픽션들(ficciones)'을 다 읽다.]
Date 2008.09.05


한 마디로 말해 혼란의 독서가 끝났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 가장 난해하고 '지적 도전감'이 충만했던 소설이었다. 뭐 지금까지 읽은 소설이라고 해 봐야 얼마 안 되긴 하지만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아니, 이런 단편소설묶음집(?)은 처음이다.

저자인 루이스 호르헤 보르헤스(Luis Jorge Borges)는 유명한 남미의 문학가이자 철학가로 20세기 후반의 독자반응이론, 구조주의 등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장님에 가까운 시력을 가졌으나 놀라운 기억력과 두뇌로 인해 박학다식하다 하여 칭송받았으며 이미 10살이 되기도 전에 외국소설을 스페인어로 번역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모국어인 스페인어보다 일찍 배운 영어, 스위스에 배운 라틴어, 프랑스어 등등 언어도 많이 익혔으며 독서의 시간이 많아 당시 지성인들의 사고와 철학까지도 모두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소설 '픽션들'은 그러한 점에서 놀라운 철학적 문학작품이며 20세기 후반의 사조들을 미리 예견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미 문학가들의 대표적인 '마술적 사실주의(Realismo mágico)'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이해를 했는지 안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그걸 표현할 길을 모르겠다. 사실 그것도 상관 없다. 나는 단지 보르헤스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늘 궁금해왔던 것 그 자체로도 며칠간의 독서가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어떤 영원한 순례자가 어느 방향에서 시작했건 간에 도서관을 가로질렀다고 하자. 몇 세기 후에 그는 똑같은 무질서(이 무질서도 반복되면 질서가 되리라, 신적인 질서)속에서 똑같은 책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리라. 나는 고독 속에서 이 아름다운 기다림으로 가슴이 설레고 있다.'

'픽션들' 중 '바벨의 도서관' 마지막 부분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