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나이 서른을 앞둔 자에 대한 counterattack]
Date 2008.10.06
아, 이 말을 꼭 내 일기에 쓰고 싶다. 어제의 일이지, 내가 어느덧 성장했음을 뿌듯하게 느끼는 일이 있었다.
우리 아버지는 우리 집안의 최대 단점을 과도한 흥분과 자제력 부재의 조합으로 인한 파탄이라고 보셨다. 다혈질이어도 주체할 수 있다면 언제나 그것은 좋은 미덕이라고 누누히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확 돌아버리게 만드는' 일을 드문드문 겪은 것이 아니라 실제 살다보면 부지기수로 당했기에, 그래서 자신의 과오를 언제나 안타깝게 생각하셨기에 내게 언제나 시간이 날 때면 이 사상을 주입시키려 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
사건은 어제. 교회에서였다. 합창이 끝나고 나서 돌아가려는데 미묘한 일이 하나 있었다. 일견 그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이유가 어이가 없고 하는 짓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다가 진짜 '나이를 좀 (쳐) 먹었다는 이유로' 고압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꼬운 수준이 아니라 아주 몇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였다.
옛날같았으면... 먼저 진짜 어렸을 때라면 울었을 것이다. 조금 컸다지만 대신 주눅 들어서 아무 찍 소리도 못하고 있다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듯' 돌아와서 된통 분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어제는?
진짜 내가 봐도 잘했다. 오히려 그 쪽이 당황해서 '나 지금 기분 나쁘니까 그렇게 당당하게 얘기하지 말라'고 불만을 말할 정도로 아주 침착하고, 감정이 거세된 어조로 냉랭하지만 조용하게 ㅡ 그 오만불손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ㅡ 선언할 수 있었다. 나도 깜짝 놀랐다. 아니, 옛날같으면 허둥지둥 식은땀 흘려대다가 패배의 백기를 내걸었을 텐데. 아~ 마지막에는 얘기를 끝내자마자 옆에 있던 형한테 시덥지도 않은 이야기였다는 듯 '가죠!' 라고 말했을 때, 그쪽의 그 당황스런 흠칫한 표정은 ㅋㅋㅋㅋ 아무튼 소리 높이면서 논쟁을 하는 것보다 더 큰 '한 방'을 그 사람에게 먹인 것 같아서 침착한 태도와 자기 절제가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ㅋ
그 사람은 내게 면박을 주었으니까, 경고했으니까 자신의 권위로 뭔 일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말이다. 이보세요, 그런 어처구니 없는 논리와 아무도 공감할 수 없는 그런 억지 상황들로 23살의 학생을 눌러보겠다 이건데, 나이 서른을 앞두고 있는 그 연륜에 할 수 있는 행동이 고작 그런 식인가요? 교회에 당신같은 선배가 있다는 것이 수치스럽습니다만 어쩌겠나요, 우리는 주님 안에서 다 같이 형제자매를 용서하고 품어줘야하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넓은 아량 따윈 바라지도 않지만 최대한 노력하셔서 절 좀 품어주세요 :)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전 당신을 불쌍히 여기고 있고 이미 용서했답니다. 저는 서로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하려고 제 마음을 차마 표현할 수는 없었답니다. 당신의 예상과는 다르게 오늘 두 다리 뻗고 잘 자는 걸요 ㅋ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