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연구과제와 관련된 일들로 너무나도 정신 없는 한 주였다. 월요일에는 협동과제 책임자로서 진주에 가 타 기관과 만나서 회의를 했고,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총괄주관과제 실무자로서 창원에 가 최종 발표를 앞둔 연구책임자를 돕고 각종 발표 일정들을 챙기고 지원했는데, 한 주 내내 정신이 곤두서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행복한 결과를 냈지만... 지난주의 출장 일정들을 준비하기 위해 거의 2-3주동안 여기에만 온전히 시간과 정신을 쏟아야 했다. 그래서 이 모든 일정이 끝나고 맞이하는 주말에는 반드시 연구 관련된 것은 전혀 하지 않고 쉬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해서 훌쩍 떠난 곳은 경상남도의 남해군(南海郡). 생애 처음으로 가 보는 동네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아름다워서 이곳에 집 하나 지어놓고 살면 넘실대는 파도에는 흔들릴지언정 세파(世波)에는 흔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를 물건리(勿巾里)에 잡았는데, 차라리 더 아래쪽의 펜션단지나 아니면 위쪽에 있는 남해독일마을에 잡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방이 잘 되는 방안 침대 위에서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근사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빛 공해가 덜해서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 괜찮았다.


한국의 바다는 면(面)마다 각양각색의 특징이 있다. 다들 물 색깔이 흐리다고 투덜대지만 갯벌을 품어 아름다운 따뜻한 서해, 맑고 푸르지만 세찬 파도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이 인상적인 동해, 그리고 복잡한 해안과 섬들이 어우러진 자태를 뽐내는 남해.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통영(統營)에 갔을 때, 그리고 친구들과 여수(麗水)에 갔을 때 느꼈던 남해의 멋진 모습을 이번에 남해에서도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아니, 남해군이 보여준 바다의 모습은 뭔가 더 정적이면서도 우아하고 이국적이었다 ㅡ 통영은 뭔가 멋지고 웅장한 느낌, 여수는 왁자지껄한 로맨스가 있는 느낌이라면. 해안도로를 따라 차를 몰다보니 굳이 아말피(Amalfi)의 도로를 달릴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그런 오만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아, 보리암(菩提庵)에서 바라 본 금산(錦山)과 상주마을, 그리고 그 앞바다의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에 햇빛이 단풍으로 물든 산과 섬을 비춰주는데 비스듬하게 들어온 노랗고도 붉은 햇빛이 산의 울긋불긋한 기운을 훨씬 더 배가시킨 덕분에 단풍은 더욱 선명했고, 그것이 바닷빛과 어우러진 덕택에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멸치가 한창 제철일 때가 아닌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멸치쌈밥도 한 그릇 먹었고, 독일마을에서 오랜만에 슈바인스학세 (Schweinshaxe)도 먹었다. 요즘 이 동네에서는 아잉거(Ayinger)라는 브랜드의 맥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셀레브레이터 도펠복(Celebrator Doppelbock)이라는 제품을 사서 먹었더니 맛이 꽤 괜찮아서 좋았다.


익숙하지 않은 동네이긴 하겠지만 평생에 두어 번은 관광 목적으로 와봄직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누구나가 한 번 와 보면, 남해가 주는 포근한 바다의 아름다움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