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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 가운데, 왠 웅덩이가 있는데 주차장이 있고 비닐하우스 하나가 있었다. 들어가보니, 수조에는 수백마리의 새우가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고, 주인장은 새우 요리를, 그리고 비닐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식탁에 둘러앉아 여러 사람들이 새우를 뜯어먹고 있었다. (참고로 익산은 아직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이다.)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1 kg의 왕새우를 주문하자 아주머니는 무심하게 그물을 수조에 휘휘 젓더니 팔딱팔딱 몸부림치는 새우들을 야멸차게(?) 플라스틱 동이 안으로 부어 넣었다. 플라스틱 무게까지 합쳐서 1.3 kg 정도였는데 이 정도면 새우 1 kg이라고 말씀하신 아주머니는 흰 스티로폼 박스 안에 얼음 주머니를 먼저 넣고 그 옆에 새우들을 가득 부어 넣으셨다. 뚜껑을 덮고 테이프로 꽁꽁 쌌는데, 안에서는 급작스런 환경 변화에 놀라 탈출을 희망하는 새우들의 몸부림으로 인해 '퍽, 퍽' 소리가 이따금씩 났다.
소금도 같이 달라고 요청했다. 1000원에 함께 판매하는 굵은 소금 한 줌이면 이 새우들을 다 굽고도 남을 것 같았다. 새우 1 kg에 소금 한 줌이 총 28,000원. 한 사람이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긴 하지만 나눠 먹으면 못 먹을 것도 없지. 그리고 이 정도면 결코 비싼 편이 아니지 않은가! 익산에 사는 이점을 나도 누리리라 (참고로 익산시의 구 익산군 지역은 왕새우 양식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뭐 이런 웅대한(?) 마음을 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ㅡ 여전히 스티로폼 박스에서는 새우들이 문 열어달라고 쿵쿵 꼬리로 뚜껑을 치고 있었다.
소금을 프라이팬 위에 깔고 미리 데운 뒤 먼저 시범조(?)로 새우 10마리를 넣고 뚜껑을 닫았다. 팔딱팔딱 뛰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지만, 회갈색의 새우가 분홍빛으로 여물어가는 것을 보니 목숨에 대한 애상은 어느새 저 하늘 너머로 가버리고 맛있는 새우살을 먹을 생각에 행복이 샘솟기 시작했다. 뒤집어서 조금 더 굽고, 굵은 소금을 더 뿌리고 그 위에 후추까지 조금 뿌리니 소금구이 완성. 그리고 어디서 또 배운 것은 있어서 소금구이된 새우의 대가리를 모두 가위로 자르고 버터를 두른 또다른 작은 프라이팬에 자른 대가리를 모두 넣어 바삭하게 구워냈다. 새우대가리버터구이... 이게 또 맛이 기막히다. 알찬 새우살과는 또다른 바삭한 맛이 있다. 그리고 새우맛의 결정체는 속살이 아닌 바로 이 머리게 있기 때문에, 머리만 빼고 새우살을 먹는 것은 곤란하다. 마치 포도껍질을 먹지 않고 포도알만 빼먹는 느낌이랄까?
사실 내게는 새우를 껍질채 다 먹는 습성(?)이 있긴 하지만 이날은 저녁을 먹고 새우를 먹는 것이었는데다가 크기가 왠지 부담스러워 껍질을 벗기고 먹었는데, 그러나 저러나 맛있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조만간 이 새우를 라면에 넣어 먹으려고 하는데 저번에 산 오징어와 조개를 같이 넣고 양파와 마늘을 좀 넣어 국물을 우려내면 맛이 기막힐 것 같다. 추석 때 시흥집에 올라갈 때 새우를 사서 가져갈까 싶기도 하고. 이 맛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