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όμικρον) 변이가 나오게 된 것은 모두가 일말의 가능성으로 남겨놓은 시나리오의 전개상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흐름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전개되면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오히려 놀라지조차 못한다. 지금 우리 세계가 일시적으로 느낀 공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무수히 많이 들어왔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오미크론 변이에 관해 쏟아지고 있는 기사들과 과거의 델타 변이로 인해 겪었던 바를 다 종합해보면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는 명확하다:


1. 해외입국자 관리 철저

2. 사회적 거리두기

3. 위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 및 관련 인력 확보

4. 백신의 조기 도입 및 지속적 접종


그런데 1번은 일본이나 이스라엘처럼 완전 봉쇄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각국에 퍼졌으리라고 믿고 있다 ㅡ 아무렴, 델타보다 전염성이 높다는데 아무리 조기에 발견했어도 바이러스는 그보다 더 빨리 사람들의 시선을 따돌리고 멀리멀리 이동했을 테지. 그리고 2번은 정부가 다시 시행하기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카드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하던 도중에 이를 중지하고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간다? 많은 이들의 반발을 무릅쓰기에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결국 우리가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3, 4번 밖에는 없다. 문제는 내가 보건 전문가가 아닌 이상 우리나라에서 가용할 병상 및 인적 자원이 얼마나 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고, 4번의 경우 아직 우리나라는 백신을 개발할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재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 제작을 천명한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얀센(Janssen) 정도에 충분한 양을 발빠르게 구매하는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무엇보다도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과 중증 이행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되 좀 더 의연해질 필요성이 있을 듯 하다. 기나긴 봉쇄와 약간의 일상회복을 맛본 시민들은 2020년과 같이 얌전하게 정책을 따르고자 하는 강인한 인내심을 잃은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작년과 같은 엄금(嚴禁)이 불가능한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제는 개인의 자율에 책임을 맡기되 부족한 부분을 방역대책본부가 약간 채워주는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결국 개인도 개인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될테니.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고 나니 부스터 샷(booster shot)을 3차접종이라고 표현하면서 사실상 세 번의 접종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펼치려고 했던 정부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지게 생겼다. 물론 미국과 독일 등은 3차 접종이야말로 현재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가장 최선의 방책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델타 변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우세종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논평은 아무런 의미 없이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가 되고 만다. 바이러스학(virology)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긴 해도, 내가 보기엔 오미크론 변이의 생김새를 봤을 때 기존 백신이 훌륭하게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모더나 CEO 역시 이를 인정했다.)


나는 다음주 금요일에 모더나 부스터샷을 맞기로 예약이 되어 있는데, 이는 순전히 '3차접종 의무화' 방침에 맞추기 위함이며 정부가 이를 섣불리 무르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내년 여름에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백신을 또 3차에 걸쳐 맞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과연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백신이라는 외부 물질이 없이는 기대 수명을 살기 힘든 생물종이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