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감사성찬례를 마치고 집에 오니 뭔가 출출한 느낌이 들어 냉장고를 열어보니 지난 주말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산 당근이 있었다. 그냥 껍질을 까서 날것으로 먹을까 하다가 인터넷에서 관련글을 무심코 찾아보니 당근을 기름에 살짝 덖어 먹으면 맛도 있고 영양도 좋더란다. 가만, 볶음밥이나 카레를 할 때 당근을 네모반듯하게 썰어서 볶곤 했잖아?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쌀밥에 곁들여지는 부재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덖인 것이 아니었던가. 이번에는 진짜 당근 그 자체를 먹기 위하여, 주재료이자 유일한 재료로서 큼지막하게 썰어놓은 당근을 덖어 보자.


그런데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는 양파랑 함께 덖어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직 당근이 많이 남아있으니 며칠간은 이렇게 덖어 먹어야겠다.


아참. 일상 생활에서 별로 쓸 일이 없음에도 오늘 글에는 '덖다'라는 동사를 (일부러) 많이 썼는데, 그냥 기름을 두르고 이따금씩 뒤집어주며 익히는 별 것 아닌 행동을 뭔가 특별한 것인양 느껴지게 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