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헬스장 직원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으나, 헬스장 공기를 늘상 채워주던 트랩 비트의 힙합곡들은 온데간데 없이 2010년대 아이돌들의 발랄한 노래들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1. 이 노래들이 한창 TV나 거리에서 들리던 게 10년은 족히 되었고, 딱히 가사를 외우려고 노력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가사를 흥얼거리는 것을 보면 그것도 참 대단하다. 


2. 카라의 「Mister」가 흘러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움찔움찔하더라. 아, 노래방에 간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가네. 오랜만에 노래방에 가거든 Cardi B의 「W.A.P.」이나 조신하게 불러봐야겠다. 


3. 씨스타의 「So cool」을 용감한형제가 작곡했구나? 요즘 시대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지만 10여년 전에는 과연 반도를 휘어잡았던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랩 가사의 잘못된 영단어 사용이 늘 항상 들을 때마다 귀에 거슬린다 ㅡ 「후회는 갖다 버려, priceless!」 priceless는 '값어치 없는'이 아니라 '(값으로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이란 뜻이므로 전혀 이 노래 분위기와 맞지 않다. K-pop 작사가가 되려면 영어 공부도 착실히... 


4. 다비치의 「8282」는 정말 흥겨운데, 「Gimme a call Baby Baby 지금 바로 전화줘.」라는 가사를 듣다가 이 노래는 요즘 세대와는 정말 안 맞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요즘 학생들은 핸드폰으로 전화하기를 극히 꺼린다고 한다. 대부분의 의사 전달은 메신저 ㅡ 카톡이 아니다! 10대 청소년은 페이스북 메신저(=페메)를 압도적으로 많이 쓴다! ㅡ 로 하는데, 만일 전화를 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심각하거나 위급한 상황이라고... 대면해서 말하는 것도 아니거늘 그렇게도 육성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게 부담스러워 통화를 주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 포미닛의 「Muzik」은 4분여의 시간을 얼마나 빈틈없이 화려하고도 느낌있게 소리를 채웠는가를 다루는 콘테스트에 나가면 무조건 1등해야만 하는 곡이다. 이 노래는 10년 뒤에 들어도 세련되게 들릴 것이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브아걸의 「Abracadabra」와 더불어 아이돌 음악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불세출의 명곡이다. 


6. 샤워하러 들어가기 전에 샤이니의 「Ring Ding Dong」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당시에 즐겨봤던 웹툰인 「입시명문 사립 정글고등학교」에서 나왔던 에피소드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클클거렸다. 내용이 아마 시를 짓는 문학 수업에서 노래 가사 역시 시가 아니겠냐며 학생이 제출한 시가..


'딸랑랑 딸랑랑 딸라라라라랑랑랑 환상적 환상적 탄력적 탄력적...'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