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최근에 다양한 규산염 광물을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탄산염 광물로 전환하는 연구에 대해 보고서와 발표자료를 작성하시느라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가장 오랫동안 전화기를 붙들고 설명해야 했던 것은 어떤 광석 1톤이 몇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를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백석면(chrysotile)의 경우, 이 광물의 실험식은 Mg3Si2O5(OH)4이다. 화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결국 MgCO3와 같은 탄산염 형태인 마그네사이트(magnesite)가 될 터이니 백석면과 이산화탄소는 1:3의 비율로 결합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1톤의 백석면을 실험식량인 277.11 g/mol로 나눈 뒤, 여기에 3을 곱하고 나서 이산화탄소의 분자량인 44.01 g/mol을 곱하면 '간단히' 계산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내용을 수화기를 통해 이해시키는 것은 실로 어려웠다. 우리 아버지는 화학을 전공한 아들을 둔 것이 무색하게도 화학과는 거리가 먼 분이셨기 때문이다. 몰이 무엇인지, 왜 분자량을 나누고 곱하는 것인지, 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필요한 광물의 상대적인 양이 여기에 0.33 으로 적혀있는지, 이걸 하나하나 이해시키는데 참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방문객들도 공감하겠지만, 이런 내용을 업무적 관계에 있는 60대 어르신에게 가르쳐드리는 것과 60대 어르신인 아버지에게 가르쳐드리는 것과는 감정 상태가 자못 다르다 ㅡ 왜냐하면 자기 피붙이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역정을 잘 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것을 모르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하물며 화학 교육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자 상식 중의 상식인 이런 기초 화학양론(chemical stoichiometry)에 대한 이해에도 이런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거늘, 원자가전자나 주기율표는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저 우주 어딘가에 있을 블랙홀의 생성이라든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라든지 핵융합 반응은 어떻게.. 아니 그러니 형이상학적인 우주의 기원이나 신의 존재,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암, 그러니 그런 것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은 상대방을 향한 친절한 가르침의 자세 속에 측은지심을 품고 있는 것이리라... 


...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버지가 저녁 식사 직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골프는 똑딱이가 기본이라며 촥! 촥! 소리를 내며 '이게 안 되나?'라고 되물으시며 연신 스윙 자세를 반복해 보이셨다. 그래, 그 '간단한' 자세도 이행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천치로소이다. 내가 졌다 ㅡ 우주의 기원은 무슨, 손으로 쥐는 막대기조차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데. 짜증이 벌컥 나도 주워삼킬 수밖에 없었다^^ 


버지 미워.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