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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까지 휴가(休暇)를 간다는 것은 특정 장소에 장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과 동일한 표현이었다. 그래서 이번처럼 아무런 여행 계획 없이 부모님 댁으로 간 휴가는 정말이지 시작부터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나는 일종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방향을 틀어 충청북도 진천(鎭川)으로 향했고, 거기서 지어진 지 90년이 훨씬 넘은 성공회 성당과 1,000년은 족히 넘었다는 농다리를 둘러보았다. 안타깝게도 최근 중부 지방에 내린 폭우로 인해 농다리 진입부분과 농다리 일부는 파손되었고, 농다리를 건너 안쪽으로 산책을 하는 경로는 모두 차단되어 있는 상태였다. 농다리 주변에서는 보수공사를 위한 각종 차량과 설비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농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바라보는 여러 관광객들이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고 "학생, 사진 좀 찍어줄래요?" 하길래 (오랜만에 듣는 학생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도 사진을 부탁드려 농다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종 박물관을 둘러본 뒤에야 비로소 시흥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게 되었다.
이번 휴가 기간 동안에는 교회 청년부 회원인 수용이, 그리고 고등학교 및 대학교 동문인 2년 후배 성수 ㅡ 그는 나와 이름이 똑같다. 심지어 영문 이름은 하이픈만 빼고 똑같다. ㅡ 를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각자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사는 청년들이었는데, 부디 지금 당면한 이 '납득되지 않는' 상황을 부디 잘 이겨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 외의 시간에는 내내 집에 있었다. 오랜만에 조카와 또 놀아주고, 오랜만에 e-Book으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최근에 개봉한 영화 「봄쉘(Bombshell)」을 보았다. 인터넷에서 자주 보았던 곰표 나쵸를 사서 먹었는데 너무 맛이 있어서 두 봉지를 내리 비웠고, 내친김에 곰표 밀맥주와 곰표 오리지널 팝콘도 사서 먹었다. 진짜 오랜만에 집에서 선풍기 틀고 TV 소리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는 새에 낮잠이라는 것도 자 보았다. 어머니와 수다를 떠느라 새벽 2시까지 잠을 자지 않아서 서로 '이래도 되는건가?' 묻기도 했고, 저녁에는 광명에 있는 롯데아울렛에 가서 그간 미뤄왔던 쇼핑 욕구를 맘껏 해결했다. 옷을 10벌이나 샀는데 지불한 금액은 예상보다 낮았기에 우리 가족은 돌아오는 길에 내내 알뜰한 쇼핑이었다며 자찬하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장마가 끝난 직후 갑자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것. 이것 때문에 이번 휴가 기간 동안 뭔가 위축되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참석하려던 안양교회 감사성찬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방역 정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가질 못했다. 8월 15일 광복절에 광화문에서 열린 각종 집회를 유튜브 라이브로 슬쩍 보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익산으로 내려가기 전에 조금 더 서울 지역에 머물면서 간단한 여행을 소소하게 하려고 했는데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