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증상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대략 3주 전이었다. 여느때처럼 헬스장에서 PT를 받는데, 그날은 스쿼트를 하는 날이었고, 조금 무게가 나가는 도전적(?)인 중량이었는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할수록 뒷목이 뻑뻑해지면서 두통이 아래에서부터 쭉 올라오는 그런 느낌이 나는 것이 아닌가. 호흡을 잘못 해서 순간적으로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면서 일단 그날 운동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날의 느낌은, 거의 15년전 합창단에서 클라이막스 부분을 부르다가 뒷목부터 정수리까지 얼얼한 통증이 올라오던 그 때의 느낌과 아주 흡사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증상이 다음주에도 느껴졌고, 특정 부위의 운동을 재개할 때마다 재발한다는 것이었다.


트레이너 선생은 운동을 일단 쉬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그동안 나는 마사지, 도수치료를 받아봤지만 그러한 증상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제 익산에 있는 한 신경외과를 방문해서 이런저런 검진을 받아봤는데...


X-ray 촬영 결과 나는 아주 완연한 일자목 증상과 함께 약 7도 정도의 척추측만증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더불어 경추 5-6번에서의 경도의 디스크, 그리고 요추 아래쪽에서도 약간의 디스크가... 하긴, 두 달 전이었나. 집 앞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려고 나가는데 한 발을 디딛는 순간 갑자기 목에서 찌릿하면서 굉장히 불편했던 적이 있었지. 아무튼 그날로 나는 목에 주사를 맞고, 충격파치료와 물리치료, 그리고 자기장치료인지 뭔지 아무튼 복잡다단한 치료들을 연이어 받았다. 그리고 금요일에 진료 예약을 잡아 척추측만에 대한 것도 더 확인해보기로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 연구직이 이런 증상을 가지지 않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뚜렷한 X-ray 사진을 바라보자니 심경이 복잡해졌다. 더구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라니, 어쩌면 지난 두어달동안 진행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확실히 몸에 부하를 줄 줄 아는 것이면서 동시에 ㅡ 언제나 그렇듯 ㅡ 몸에 무리를 주는 것이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70 kg 가 된다고 참 좋아했었는데 역설적으로 그게 내 몸의 오랜 문제를 끄집어낼 줄이야. 사실 처음에는 뼈나 신경의 문제가 아니로 혹시 뇌졸중 같은 거 아닌가 엄청 걱정했었는데, 보통 이 경우에는 한쪽 팔다리가 저리는 증상 같은 게 나타난다고 하니 그와는 거리가 먼 것 같고...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겠다.


그래서 일단 8월 말까지는 코로나19의 재창궐문제도 있고 해서 운동을 당분간 쉬되 집에서 간단하게 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사실 윗몸일으키기나 팔굽혀펴기 맨몸 스쿼트, 혹은 아령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 두통을 가져다 주지는 않고, 다만 숄더 프레스(shoulder press)나 케이블 프레스 다운(cable press down)같이 승모근 주변부의 근육이 협응하는 그런 운동을 하게 되면 꼭 두통이 시작되는 조짐이 발현되곤 한다. 그래서 그런 운동들은 왠만하면 피하고 있다. 사실 팔굽혀펴기조차 마구잡이로 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아파보니까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더 자각하게 되었다. 요즘은 시시때때로 스트레칭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의자에 붙여둔 쿠션의 위치도 바로 잡고 웬만하면 모니터를 볼 때 턱을 잡아당기고 목은 목 받침대에 붙이면서 최대한 고개가 앞으로 떨어지지지 않게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컴퓨터를 바라보기 시작한 지 25년이 가까이 되는데, 그 25년간 나도 모르게 익숙해진 나쁜 자세와 습관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의식적으로 자세를 바꾸려고 한다 해도 평생 이 증상이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빠져서는 곤란하니까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가능하다면 필라테스와 같은 자세를 교정하고 심부근육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는 그런 운동을 좀 알아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