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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6월이 지나가면서 나도 여차저차하여 연구개발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다른 책임연구원 박사님들과 동료들의 그늘 아래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함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려던 시점이었는데 마침 이 사단(?)이 난 것이다. 그래도 미리 작성해 놓은 문제해결제안서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런 거대한 규모의 계획서를 아무런 백업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여러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창안하여 써내려고 했다면 아마 시간 내에 작성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과거에 비해 작성 양식이 간소화되어 대학원생 시절 '도대체 이런 내용을 뭣하러 서술해야 한단 말인가?' 싶었던 것들은 거의 없어졌으며, 형식도 비교적 자유로워져서 내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방식대로 서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분량 제한(!)이 생겨서 30장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는 지침은 오히려 고마울 지경이었다.
주중에 제출해야 하는 과제계획서인데, 지원 대상이 되리라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작성하고자 한다. 판단은 정부 관계자들의 몫이고, 이 분들의 시선이 어떻느냐에 따라 우리가 작성한 계획은 그닥 중요하지 않은 연구로 판단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가 실제로 어디선가 진행되고 있고, 생각보다 꽤 재미있고 의미있는 연구라는 사실을 한 번쯤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ㅡ.
그리고 앞으로는 센터장 박사님의 조언을 따라서 연구과제로 발전시킬 만한 아이템들을 매일매일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라도 조금씩 발전시켜 놓아야겠다. 이번 과제계획서도 뭔가 머릿속에 '핵(核)'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빠른 시간 내에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지, 이렇게 급작스럽게 제출을 요구받는 연구계획을 무(無)에서 바로 창안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박사학위를 취득한 때로부터 시간이 점점 멀어지면서 실험을 수행하는 실력이 중요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실험의 컨셉(concept)을 디자인(design)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