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결국 인호가 또 나를 말/아/버/렸/다. 왜 그는 물리학을 공부하게 될 때쯤이면 꼭 나를 놀게끔 만드는 것일까? ㅋㅋㅋ 한창 호이겐스의 원리를 따라 파동을 심도있게(?) 논하던 중 뜻하지 않게 그에게 날아온 말

"내일 영화보러 가지 않을래?"

그런데 영화감독 이름이 루이스 부뉴엘이란다. 루이스 부뉴엘? 누구지? 처음엔 모르고 있었는데 인호는 그 무시무시하고 정말 황당한 초현실주의적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의 감독이 그라고 했다. 아, 기억났다. 1학기 신입생 세미나  ㅡ 스페인어권 문화의 창조성과 다양성 ㅡ 때 봤던 그 영화. 그 감독도 생각이 났다.

그래서 결국 갑작스럽게 결성된 이 영화보기에는 ㅡ 아무리 생각해도 아세모의 모임은 번갯불에 콩 궈 먹듯이 일어나는 것 같다ㅋㅋ ㅡ 동곤이까지 가세하였고, 오늘 2시에 종로3가역에서 만났다.

놀랍게도 서울아트시네마 극장은 악기판매로 유명한 낙원상가 4층에 있었고 낙원상가 ㅡ 정확히는 '낙원삘딍' ㅡ 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크고 '전근대적'이었다. 상상 이상을 본 셈이다. 년에는 종로에 있는 시네코아에 갔는데, 올해는 서울아트시네마에 갔다. 뭔가 특별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두 극장.

'정원에서의 죽음'은 남미의 한 광산촌이 배경이다. 정부는 이 곳의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헌법에 따라 개인 혹은 기업이 하도록 명령하고 그곳에서 자율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캐던 광부들을 내쫓으려고 한다. 이에 반발하는 '노다지꾼들'. 이 와중에 폭동이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정부는 이 폭동의 주범을 마을의 부자 캬스탱, 외지에서 온 건장한 남자 샤크로 지목한다.

매춘부인 진과 마을의 신부 리짜르디, 그리고 샤크와 캬스탱과 그 딸은 정부의 추격을 피해 정글로 피신한다. 이들은 희망을 가지고 며칠간은 의욕적으로 길을 찾지만 점차 식량부족과 피곤함 때문에 희망을 잃어간다. 이 와중에 캬스탱은 미치광이가 되고 모두들 반 기아 직전 상태에 빠지게 된다.

샤크는 정글 내에 추락한 비행기 잔해 속에서 입을 옷과 먹을 것을 얻어내었고 이를 통해 일행은 기운을 차린다. 그러나 미치광이가 된 캬스탱은 비행기 잔해에서 발견한 총을 가지고 일행을 모두 사살하려들고 결국 샤크는 캬스탱을 사살한 뒤, 그의 딸만 대리고 강을 건너 브라질로 향한다...

중간중간에 대사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종교에 대한 비판, 타락한 군부의 모습을 통해 부조리를 공격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영화이다. 1956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총격전이 약간 어이없는 것 빼고는 잘 만들어진 영화인 듯 싶다.

그러나 루이스 부뉴엘의 블랙코미디 혹은 풍자, 강렬한 실험적 촬영, 초현실주의적 영상 등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안달루시아의 개'의 경우에는 영화 처음부터 여자의 눈을 면도날로 절단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인호가 민망했을 법도 했겠지만 그래도 잘~ 본 영화였다. 오는 도중에 Axis & Allies의 유혹이 있었지만 인호의 유혹을 우리는 잘 뿌리쳐냈다(?). ㅋㅋ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