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갔다. 아, 학교에 가기 전 실은 녹두에 가서 오랜 깁스 생활로 병자가 되어있는(?) 빈나를 만났다. 빈나는 녹두에 홀로 지내고 있으면서 온갖 학부생들을 다 불러모으는 신기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나도 빈나의 꾐(?)에 빠지는 바람에 아침일찍 일어나 씻고 녹두로 향했다.

우리의 점심은 우동촌으로 낙점. 오랜만에 먹어보는 해물우동 맛에 그냥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어야만 했다. 빈나는 치즈 돈까스의 튀김옷을 다 벗겨낸 채 고기만 냠냠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아으..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나는 빈나가 이윽고 사준 프리미엄 파라다이스 매운 닭꼬치 맛에 그저 감동... 은 아니고 분노... 도 아닌 하여튼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학교로 향해야 했지만 그래도 빈나 오랜만에 보고, 밥도 맛있게 해결하고.. 뭐 꾐에 빠진 것 치고는 괜찮았다.

어쩄든 학교로 향한 나. 대체 이 방학의 끄트머리에 학교를 가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JIVE 때문이다...

JIVE는 우리학교 내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1학기 때 단 두 번을 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로 인한 괴리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대체 그 모임에 05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는데, 중앙동아리는 원래 신입생들에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이라고 빈나가 얘기해줘서 그런가보다 했다.

어쨌든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고 서어서문학과 신입생 세미나 때문에 자이브의 감상 모임(이하 감모)에 자주 빠지니까 이런저런 재즈를 접할 기회도 많이 놓치고 JIVE도 잘 모르고.. 여하튼 피해가 많았다. 그러던 차에 오늘 오랜만에 동방 청소도 겸해서 감모를 한다고 해서 내가 아예 오늘 참석을 하겠노라고 공언해 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동방에 가니까 어떤 분이 '아.. 그 글 올린 분..?' 이러셨다. ㅋ)

오늘 감모는 60년대 하드밥 시대의 재즈 기타리스트 Grant Green의 음악에 대한 감모였다. 기타로 연주하는 재즈는 잘 익숙하지 않았는데 오늘 무려 3시간 동안이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특히 기타와 오르간의 조화,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비브라폰 또는 색소폰... 일품이었다.

앨범도 참 많지, 명곡도 많지. 감모에 오면 좋은 정보 많이 얻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런 모임을 자주 빠져야 했는지 말이다! 에휴..

새로 회장이 되신 03 형은 피아노를 매우 잘 치시는 것 같던데 동방에도 가끔 들러서 어깨 너머로 배우기라도.. 그런데 문제는 JIVE의 동방은 후생관 3층이라 자연대 학생인 나로서는 찾아가기에 너무나도 큰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다는 것. (퀵보드 없을까..)

오늘 과외 때문에 감모 뒤풀이까지는 참석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음 기회가 있으니까. 창설된 후로 단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진행되었다는 JIVE 감모니까 자주자주 나가봐야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