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피아노 의자 뚜껑을 열고 찾아낸 Hanon. 피아노 학원을 다녀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기억할 교습서, '하농'.
일견 어리석고 재미없어 보이는 교습서이다. 상행/하행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 60여개의 연습곡은 그야말로 지루, 따분 그 자체. 한 마디에는 1부의 경우 8개의 16분음표, 2부의 경우 16개의 16분음표, 장/단음계와 아르페지오의 경우 8개의 16분음표 그리고 그 이상은 마음대로.. (심지어 마지막곡 60번에는 32분음표가 빼곡히 들어차있다ㅡ.)
소나타, 아니 심지어 체르니나 바이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어떤 '곡'같은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자세와 고른 소리에 엄격했던 교습서가 바로 하농. 추억의 하농 1번은 항상 레가토와 스타카토, 앞붓점, 뒤붓점 이런식으로 변곡을 해서 연습해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내가 피아노 학원을 초등학교 때 약 5년간 배웠는데 그 중 4년동안 내 피아노 학원가방에는 '하농' 교습서가 들어있었다. 그동안 숱한 피아노책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동안 하농은 그 자리를 지켰던 것이다.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집에서 혼자 피아노를 칠 때도 하농은 전혀 친 적이 없었다ㅡ.
그러다가 오늘 꺼내서 1부 전곡(1~20)을 쳤다. 왜 이렇게 감회가 새로운지, 그리고 왜 이렇게 메트로놈을 108로 맞춰놓고 이어서 치다보니 힘이 든지. 왼손가락 3,4,5번이 완전 놀랐나보다. 마치 '근육통'처럼... 아마 내일이면 뭉쳐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고질적인 문제였던 오른손가락 4,5번은 그런대로 괜찮아지고 있다는 것. 역시 운동 열심히 하면 탄탄한 몸을 만드는 보디빌더처럼 연습을 열심히 하면 손가락에 힘이 붙는다는 그런 단순한 사실을 이제야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농은 곡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책이 아니라 연습을 통한 손가락의 변화를 통해 재미를 느끼는 책인 듯 싶다 :) 앞으로 하루에 한 번씩 20분간 하농을 쳐야 할 듯~!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