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갔다가 서가에서 경상대학교출판부에서 발간한 '언어학개론'이라는 책을 보고 몇 장을 조금 훑어보았다. 갑자기 구미가 확 당긴 나는 이 책을 구매하기로 결심했고, 그 책이 꽂혀있던 서가에서 다른 언어학 책이 없나 살펴보던 중 사회언어학을 다룬 책 하나를 발견하고 ㅡ 다루는 내용이 학부 때 들었던 수업인 '언어와 사회'와 무척 흡사했다. 또 한국어 문법을 논한 문법서를 찾게 되어 ㅡ 영문법, 서문법, 일문법, 노문법은 그렇게 열심히 익히면서 국문법은 마스터하려 하지 않았던가? ㅡ 이 세 책을 한꺼번에 구매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언어학개론' 책을 읽는데 너무 재미있는 것이었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 그 유명한 이름인 노엄 촘스키, 언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언어학의 하위분야.. 그리고 그 첫번째 하위분야인 음성학(phonetics)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요즘 유튜브 제작을 하면서 늘 신경쓰고 있는 국제음성기호(IPA)를 찾아볼 때 늘 나오는 역사다리꼴의 도표, 마찰음(fricative)와 파찰음(affricative)의 차이는 무엇인지... 여러 랑그(langue)를 공부하면서 정말 알고 싶었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화학 세계에서 과학자들이 통용하는 단어들, 문장들, 표현 방식들, 각종 약호(code)들이 언어학적으로 어떻게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NaCl + AgNO3 -> NaNO3 + AgCl 은 하나의 화학반응식이지만 원소기호로 쓰인 라틴 문자와 숫자, 그리고 + , -> 라는 부호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약속된 하나의 랑그와 다를 것이 없다. 국적은 달라도 우리 모두 저 약호들이 의미하는 시니피에(signifié)를 모두 이해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화합물을 읽는 방식은 서양과 동아시아에서는 다르다. NaCl은 영어로 sodium chloride (양이온-음이온 순서) 지만, 한국어로는 염화소듐 (음이온-양이온 순서)이다. 여기는 동아시아 언중들의 어떤 사고방식이나 문화가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형용사의 후치가 일반적이지 않은 동아시아 언어에서는 마치 러시아어에서 쓰이는 피동형동사의 느낌으로다가 앞에 화(化)를 붙여 서구권 언어와는 역순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새 읽을 거리, 탐구거리가 생겨서 기쁘다. 열심히 익혀서 훗날 다른 화학자들은, 다른 언어학자들은 모를 내용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조리 있게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하며!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