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뭔가를 기록하고 쓰는 걸 좋아했다. 감상이 풍부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것보다도 신문기사라든지 공식 회의록 등을 기록하는 것을 더 즐겁게 생각했다. 물론 시나 수필을 쓰는 것도 좋아했고 실제로 내가 어렸을 때 쓴 시는 안양의 어디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발간한 시집에 당당히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그러한 문학작품의 창작은 고 1 때가 마지막이었다. 경인일보사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작은 상이지만 어쨌든 그것을 수상한 것이 나의 마지막 문학 창작이었던 셈이다. 물론 수필이라고 한답시고 싸이월드에 남기는 게시물들은 뭐 문학이 아닐까 싶냐만 글쎄. 수시간의 산고 없이 자판 두드리기로 생산된 이 글들은 문학으로 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 교회에서 2006년의 제1청년부 서기가 되었다. 나는 단순히 서기가 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중고등부 때 서기를 맡지는 않았지만 사실 어렸을 때에는 서기나 회계가 하는 일은 너무나도 단순했고 그저 큰 행사가 있을 때 임원회에서 자신의 위치에 관계없이 그저 여러 방면으로 돕는 그런 형식상의 자리였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모여 이룬 이 청년부는 완전히 달랐다. 작성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공식화'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절감한다. 이전에 집사님들, 권사님들, 장로님들이 했던 일을 이제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내가 작성하는 출석부라든지 주간 보고서, 임원회 내용 정리와 배포, 주소록 제작 등등.. 과거에는 '서기 선생님'들이 할 내용이었다.
사실 1월 처음 두 주간은 이 일 저 일에 치이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챙겨야 할 것이 많았는데다가 무계획적인 삶을 살고 있는 내게 즉흥적인 일처리가 통하지 않는 이 세계는 무언의 압박을 계속 가하고 있었다.
그래도 요즘 좀 익숙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출석부의 시스템을 바꾸느라 애를 먹었다. 온갖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운좋게도 어느정도 완성되었다. 딴 얘기이지만, 정말 Excel은 대단한 프로그램이다. paperless 출석부는 정말 이 녀석 덕분이다. 이젠 웬만한 문서는 한글이 아닌 Excel로 만들어내고 있을 정도로 요즘 얘를 무지 사랑하고 있다.
임원회 내용을 정리하는 건 어느새 기쁨이 되어가고 있다. 나도 왜 여기서 즐거움을 느끼는 지 도저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사문이라든지 회의록이라든지 어쨌든 공식적으로 보이는 문서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즐겁다. 한 때 신문기자가 꿈이었던 때도 있었는 걸 추억해보면 뭐 이런 기쁨을 느낀다는 게 영 무리는 아닌 듯 싶다.
서기를 하면서 하나님께서 꽤나 멋진 것들을 내려주실 모양인가보다. 일은 미리미리하라는 정말 초보적이지만 지키기 힘든 교훈, 그리고 당신께 쏟을 시간을 보다 늘리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과 연락을 자주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전보다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맡겨주신 바, 최선을 다해야겠다. He said "I'm giving you my ability."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