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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경에 니퍼바우(Nieper-bau) 4층 ㅡ 한국에서는 5층이다. ㅡ 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12시에 길 건너편에 있는 학생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다시 돌아와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오후 6시가 되어 퇴근한다. 그러면 가는 길에 Connewitzer Kreuz 근처에 있는 마트인 REWE에서 먹거리를 사들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린 집에 들어간다. 집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 가서 1시간 남짓 운동을 하고 돌아오면, 일단 씻고난 뒤 저녁을 준비한다.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집에서는 저녁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고, 뭐 특별한 소식은 없나 찾아본다. 저녁을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치면 이제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의 업무를 본다. (아, 아까 얘기하지 않았는데, 니퍼바우에서는 현재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 그래서 보통 이 시간이나 아침에 출근 전에 인터넷을 통해 오프라인으로 작업할 수 있는 문서들과 자료들을 다 노트북에 저장해서 가져간다.)
오자마자 공동참여하는 과제 제안서를 작성하고 수정해야했고, 파견 중 해외 출장 건을 조율하느라 여기 저기 알아봐야 했다. 벌써 한국에 있는 그룹 연구원들과 화상 미팅도 진행했고, 어제는 지난 달에 투고한 논문이 수정 제출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관련 내용을 우리 연구실 포닥에게 전달했다. 인턴 연구원이 주도한 논문도 어느 정도 완료가 되어 이 글을 마치고 난 뒤에는 투고해야 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ㅡ 다음주에는 Robert Böhm 교수가 전달한 Horizon Europe 관련된 자료를 가지고 회의를 해야하는데, 미리 몇 가지 체크를 해 두긴 했지만 좀 더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이 모든 말을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무슨 독일에 가면 맥주나 술을 왕창 마시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은데, 지금 그럴 상황이 못 된다. 지금까지 라이프치히에 와서 맥주는 딱 한 병 마셨을 뿐.
대충 그림은 그려진다. 다음주는 드레스덴(Dresden)에 잠시 출장을 다녀와야 하고, 워크숍 준비 및 공동 사무소 관련 방문 등 이것저것 하다가 라이프치히에 방문하는 친구와 주말 시간을 보내면 한 주는 그냥 지나간다. 그 다음주는 핀란드에 다녀올 준비를 해야 하고, 마침 그 주말엔 Victor의 결혼식이 마인츠(Mainz) 근처에 있으니 거기 다녀오면 한 주는 또 그냥 날아간다. 유일하게 3주 뒤에는 주간에 별다른 이슈가 없는데, 아마 마지막 주의 공식 일정들을 준비하고 주말에 뉘른베르크(Nürnberg)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으니 또 시간이 금방 가겠지. 그리고나면 벌써 현판식과 워크숍, 드레스덴 방문이 연달아 이어지고, 드레스덴에서 돌아와 짐을 정리하면 바로 그 다음날 귀국이다. 5주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일단 목표는 분명하다. 라이프치히에 공동 사무소를 번듯하게 차리고, 2025년에 있을 한국과 독일과의 협력을 과제라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밑작업을 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어쨌든 파견 업무의 목적이고, 내가 여기서 5주간 지내면서 업무 외의 생활 측면에서도 목표가 설정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일단 여기서도 한국에서와 별반 다를 바 없이 연구자로서 내 삶을 온전하게 지키는 게 목표다. 누군가는 파견을 나가면 사실상 노는 거라고들 하는데, 나는 정말 그런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싫다. 웬만하면 정시에 사무실에 나와서 정시에 퇴근하는 게 목표다. '김박사는 정말 멍청하군!'이라는 탄식을 듣는 게 더 낫겠다. 외국에 나왔다고 흐트러진 모습을 독일 사람들에게 보이긴 싫으니까 말이다. 사실 내일부터 긴 포르투갈 출장을 앞둔 옆 방의 Philipp Johst가 오후 3시쯤에 내게 인사를 하면서 하는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 주말이라서 다들 없는데 어쩌면 네가 이 건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근로자일지도 몰라.' ㅡ 일단, 출발은 좋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주말에는 정말 열~심히 돌아다닐 예정이다. 내일은 비텐베르크(Wittenberg), 모레는 포츠담(Potsdam)에 가 볼 생각이다. 아무튼 이 모든 여정에 하느님의 보살핌이 있기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