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요즘 갑자기 원하게 된 것!]
Date 2008.11.16
오랜만에 전쟁 보드게임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Avallon Hill 50주년 기념으로 Axis & Allies(추축국과 연합국)을 2008년 11월 18일부터 판다고 한다. 어라, 모레잖아?
내가 지금까지 보유한 보드게임은 총 세 개. 그러나 이 보드 게임들은 하나같이 간단한 것들이 아니다. 셋 다 박스 형태의 큼지막한 것이 피규어(figure)들은 각 게임당 100개는 족히 넘는다. 셋 다 전쟁 게임이다. 하나는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를 다룬 History of the world, 또 다른 하나는 제 1차 세계대전을 다룬 Diplomacy, 나머지 하나는 제 2차 세계대전을 다룬 Axis & Allies Europe이다.
고등학교 때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전쟁 보드게임. 진짜 이걸 하느라 하루 너댓시간 게임에 몰두해도 전혀 시간 아까운 줄 몰랐다. 학교에 이런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게 행운이었다. Axis & Allies Europe은 주로 용석이랑 자주했는데 나는 항상 추축국인 독일을 맡았고 용석이는 언제나 연합국인 영국/미국을 맡아 왔다. 게임에서 추축국이 이겼을 때 나는 2반으로 달려가서 '독일 승리, 하이 히틀러' 이런 식으로 칠판에 낙서를 했고, 연합국이 이기면 용석이는 1반 칠판에 유럽 지도를 그린 뒤 독일 위치에 X자를 그은 적이 있었다. 이것 때문에 서로 티격태격 다투며 어떻게 하면 주사위가 낮은 눈이 나오냐, 어떤 전략을 써야 소련의 모스크바를 점령할 수 있을까, 시 라이온(Sea Lion) 전법으로 런던을 급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주어진 IPC(A&A에서 돈의 개념)는 어떻게 써야 가장 효율적인가 등등... 언제나 생각만 해도 흥분 자체였다. Pacific은 딱 두 번 해봤고 역시나 추축국인 일본을 맡은 건 나였는데 언제나 도쿄가 미국 함대에 의해 점령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 게임의 원조 격인 Axis & Allies가 2004년 개정되어 Revised edition으로 나와 뭇 사람들을 설레게 하더니 이제는 50주년 기념판이라고 하여 더 큰 스케일과 많은 피규어, 세련된 디자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특별히 추축국인 이탈리아가 개별 플레이어로 참여할 수 있게 되어 6인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실 대학교 들어오면서 Axis & Allies를 해 본적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것도 저학번 때에야 몇 번 해봤을 뿐이지 재작년부터는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람을 불러 모아서 하고 싶긴 하지만 이런 너댓 시간 걸리는 전쟁 보드게임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더 알아보려도 하지 않고 손을 내젓는다. 게중에는 재미있으려고 게임을 하는 건데 뭣하러 그리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게임을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하는데, 음. 맞는 말이긴 한데 이런 게임은 단순한 재미 그 이상이라는 걸 몰라서 하는 소리란 말이다.
가격이 $100 정도라고 하는 것을 봐서 국내 가격도 약 10만원 정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꼭 사고 싶다. 정말. 그 자체로도 너무 멋있고 즐거울 것 같다. 그리고 딱 한 번만이라도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거야.
난 정말 전쟁 보드게임이 너무 재미있다. 전쟁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전쟁은 분명 사라져야 할 인간의 악행이지만, 누가 그랬지 않았나. 잔인하게 피를 흘려야 하는 일만 없다면 전쟁은 인류에게 가장 재미있는 연극이자 쇼라고! 탁자 위에서 벌어지는 최고의 쇼를 곧 경험하길 희망한다. 그게 제 1,2차 세계 대전이든, 혹은 고대부터 근세까지의 제국들의 전쟁이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