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Date 2008.11.21
오랜만에 책을 또 읽었다. 교부(敎父) 철학의 대가인 아우구스티누스의 책 '고백록(Confessiones)'이었다. 사실 청소년 독서를 위해 쉽게 번역된 책이었으므로 이틀만에 다 읽었다. 생각해보니 요즘 하도 고상한(?) 책들을 접하다보니 이렇게 번역이 '말랑말랑'하게 된 책은 순식간에 읽히는 매우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 보르헤스의 픽션들(Ficciones)에 비하면 이건 정말 바람직한 것이지 :)
나는 고백록이 기껏해야 아우구스티누스 자신의 삶의 대한 성찰과 고백, 하나님의 사심에 대한 증거가 쓰여있을 줄로 알았다. 1권은 대개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을 다룬 것이었고, 2,3권에는 천지창조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예상과는 다르게 기억, 시간 등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논리가 쓰여있어 '고백록'이 단순한 고백하는 글이 아니라 심도있는 철학적인 글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았다.
내가 공감할 만한 것들도 참 많이 적혀 있었다. 어쩌면 내가 공감한다는 것은 이러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을 기억했기 때문일 텐데 그 기억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입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게 의미하는 건 결국 아우구스티누스의 철학적, 신학적 영향력이 오늘날에도 고스란히 유효함을 말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철학/문학 관련 책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그득하다. 요즘 알게 되었는데, 내가 책을 그간 잘 읽지 못한 것은 'initiation(개시)'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벌써 올해만 해도 장편 소설을 3권 읽었고, 철학책을 3권, 경제학 도서를 3권 읽은 셈인데 내가 살아 온 역대 모든 해 중에 이렇게 책을 탐독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이 좋아라. 졸업할 때가 되니까 책을 잡게 되다니 이런 안타까울 때가ㅡ.
요즘 읽고 싶은 책을 꼽으라고 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랑 공자의 '논어'이다. 내가 요즘 느끼게 된 것인데 아무리 최근 일본 소설이 유행이고 온갖 자기 계발서와 흥미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변치 않는 의미를 담고 있어 '고전'이라고 불리게 된 책들을 접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고전 책은 확실히 어렵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읽어 본 책들은 방대한 고전 중 정말 약간의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내 수준으로는 가늠할 수조차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뭐랄까, 고전을 읽게 되면 딱딱한 음식이긴 하지만 무언가 내가 소화했다는 느낌이 오래 남는다는 그런 기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읽어야지. 아무리 내 평생 과학을 공부하고 살지라도 훗날에는 키에르케고르를 논하며 교회 앞에 서고 싶고, 플라톤을 이야기하며 과학의 심연을 이해하고 싶으며, 퇴계 이황을 떠올리며 우리 역사와 철학에 자랑스러워하고 싶은 꿈이 있다. 뭐, 헛된 꿈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세계 평화를 외치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꿈이라고 생각한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