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넌 너무 열심히 한다.]
Date 2008.11.25
요즘 인간 생활과 경제 group essay, 나노화학 term paper, 응용물리 presentation paper를 쓰고 있는데 모두 영어로 쓰는 중이다. group essay는 원래 영어강의이기 때문이고 나머지 paper들은 학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할 예정이라 기왕이면 영어로 쓰자 싶어서 영어로 쓰고 있고, 나노화학 term paper는 이미 완료된 상태이다. (총 A4 8장이 나왔다;; 물론 다시 검토하면서 정리를 지속적으로 해야겠지만!)
왜 굳이 영어로 쓰지 않아도 될, 아무도 관심있게 쳐다보지 않는 학사학위 논문 '따위'에 그렇게 공을 들이냐고 다들 물어볼 수 있다. 실은 나노화학을 같이 듣는 어떤 형이 당시 노트북으로 작성 중이었던 term paper를 보고는 '넌 너무 열심히 한다.'라는 80%의 핀잔 내지는 20%의 찬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부정어인 '너무'라는 말이 거슬리긴 하지만, 아무튼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었나? 글쎄, 그건 다른 이유가 없다. '아무렇게나 대충 제출'하는 그런 학생들의 관행을 따르는 것보다는 훨씬 얻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굳게 생각한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남들이 하는 방식대로 편한 길을 찾다 보면 결국 '퇴보(退步)'한다는 것이다. 숙제는 그냥 답지를 베껴서 내지, 리포트는 소스(source)를 가지고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지, 시험 범위는 여기니까 여기만 집중적으로 파야지, 대충 이런 정도로만 쓰면 어느 정도 이상의 점수는 받게 되겠지, 대리 출석해도 상관 없겠지, 뭐 이런 행동들? 남들이 보기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 4년의 결론은 그렇다. "노는 시간 만드는 데에는 효율적이겠지요."
물론 '내가 나를 죽이고 있다'라는 주변의 염려에 대해서는 나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 몸담은 이유가 분명히 있을진대 그만그만한 input을 가지고 좋은 output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말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은 없어 보이고 그냥 힘들고 고되기만 할 뿐 매력적인 구석은 어딜 찾아봐도 없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내면의 아름다움, 막강한 힘의 자양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텐데.
자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은 부정하려 한다는 게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그렇다. '열심히 하는 것에서 얻는 보람'보다는 '대충대충 하면서 얻게 되는 잉여소득'이 선호되는 학생 사회라면 정말 암울하기 짝이 없다. 다수와 조화를 이루라는 같잖은 권유는 사양하고 차라리 독야청청할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