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기온 급강하]
Date 2008.12.22


날씨가 예상 외로 너무 추웠다. 여기서의 '예상'은 순전히 전날 혹독한 추위를 경고한 일기예보를 보지 않고 무작정 길을 나선 내 예상을 말한다. 나는 기상청에서 일할 만한 재목이 못 되는 듯 싶다.

저녁에 세종로 근처에서 영지 누나를 뵈었다.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프레스 센터 지하의 음식점에서 맛있게 저녁 먹고 일민미술관의 Cafe imA에서 맛있는 와플을 먹고 나오는데 눈이 오는 게 아닌가! 안 그래도 요즘 청계광장에서는 서울 빛 축제라고 해서 백색 발광 다이오드 ㅡ 나름 과학자의 언어를 빌리자면 WLED(White Light Emitting Diode) ㅡ 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던데, 오늘따라 세종로 거리가 어찌나 아름다워 보이던지. 안양이 벤치마킹해야 할 곳이 여기 또 있었군, 흠흠. 감탄의 연속이었던 하루. 단 한가지의 흠이었다면 너무나도 추워진 날씨. 아아, 남아공 가기 전에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집에 돌아와서 집안 온도계를 살펴보니, 세상에. 무려 14℃이다. 내가 오늘 방안 환기를 시켜 놓는답시고 양쪽의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외출한 것이 화근. 외부의 냉기 아니 한기는 집안을 꽁꽁 얼려놓았고, 방바닥은 무슨 돌바닥인양 차가운 것이 영 양말을 벗기 싫을 정도. 혹시라도 집안에 있는 '금속체'가 손에 닿을라면 소스라치게 그 한기에 놀라야했고 그나마 집 안에서 온기를 발산하고 있는 것은 전원을 항상 켜 놓은 화장실 비데여서 잠시나마 얼어버린 궁둥이를 녹일 수 있었다는 것?

그래도 남아공 가기 전에 눈 오는 거 한 번 보고 가는구나. 이번 11~12월은 정말 눈이 안 온 겨울이었다. 단 두 번의 혹한을 빼면 기온도 그리 낮지 않아서 10월부터 내복을 입는 내가 이번에는 12월 초순이 되어서야 슬그머니 입기 시작했을 정도로 춥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출국 직전에 이렇게 갑자기 추워지다니요.

출국 준비는 아마 내일 완벽하게 끝낼 듯 싶다. 지금부터 짐을 싸는 건 좋지 않고, 충분히 쉰 뒤 내일 모든 '쌀 거리'들이 들어오면 그제서야 주섬주섬 싸 봐야지. 아아 이제 이틀만 남았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