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그들은 성경을 너무 몰라]
Date 2009.05.18
교회에서 조별 모임을 하면 으레 성경 공부를 몇 십분이라도 빠지지 않고 하게 된다. 요즘은 한창 북이스라엘 왕국과 남유다 왕국의 분열 시기의 이스라엘 역사를 공부'시키고' 있는 중이다. 몇 주간 성경 공부 시간을 진행하고 나서 느낀 것은 딱 하나다. 애들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성경 이야기를 어려서부터 자주 봐 와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해서 이건 내세울 만한 것도 못 되고 또한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드는 생각은 이건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다. 아니 최소한 십 수년간 교회를 다녔다면, 아니 머리게 깨인 후에 교회를 수 년간 다녔다면 적어도 성경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그들의 이야기, 역사에 대해서는 약간이라도 아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더구나 생소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 다윗이나 엘리야, 심지어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에서 번번히 막히는 것을 경험할 때면 이들이 정말 굳건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물론 성경을 지식적으로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한 경전을 강조하는 것은 한낱 외식에 지나지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인생의 주로 고백하고 삶을 그 분께 맡기며 살아 가는 것이 신앙 생활의 첫째 가는 미덕인 것이다. 즉, 예수께서 당시 유대인의 모든 계명을 압축하여 '네 몸과 마음과 힘과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와 같이 네 이옷을 사랑하라'고 했던 것을 기억하자면 가장 으뜸가는 기독교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결코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필수적인 구원의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열성과 행동으로의 신앙은 부족한 점이 절대적으로 많다. 교리라는 약간은 고리타분해 보이는 내용들 ㅡ 이를 테면 언약,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 이신칭의? ㅡ 을 머리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전이 필요한 것이며 이를 공부함으로서 내가 가진 신앙이 감정에 의해 위태하게 선 신앙이 아니라 이성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 굳건한 신앙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의 신봉자이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최후에는 더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머리로 이해하려는 노력, 즉 성경 공부는 신자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믿는 사람으로서 맞부딪혀야 할 과정이자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교회 청년부 사람들과 함께 이러한 공부를 진행하다 보면 맥이 빠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너무나도 유명하거나 중요한 것까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인 것은 아무리 처음 보는 글이라고 할지언정 단순한 국어 지식만으로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쩔쩔 매고 있을 때이다. 이럴 때에는 정말 뭐라고 말해줘야 할 지 참으로 슬프기 그지 없다. 왜 슬프냐고? 이건 단순히 지식의 적음을 탓하는 문제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사람들의 모습에서 지식을 갈구하는 진정성을 발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슬퍼지는 것이다.
사실 모르는 것이 죄는 아니다. 충분히 모를 수 있다. 나도 그렇다. 나도 모르는 게 많고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 앞에서는 허점 투성이이다. 나는 성경을 정식으로 교육받은 것도 아니고 단순히 성경 관련 책들과 성경 그 자체를 어려서부터 읽음으로서 획득한 지식들, 그리고 이십 몇 년간 설교를 들으면서 깨우친 내용들이 내 신앙의 지식을 형성하는 전부이다. 때문에 나는 SFC에서나 교회에서나 성경을 배우는 시간이 있다면 진지하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의 마음으로 임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 곱씹어보고, 이것이 성경이라는 하나의 이야기에서 어떤 의미를 차지하는가에 집중하곤 했다. 결국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니 그것을 배우고자 하는 자세만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깨우치게 하는 것은 우리 안이 성령님이시므로 그의 감동하심을 통해 성경을 조금씩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내 안에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유난히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더 그런 것 같다. 이 사람들은 성경을 하나의 경전으로서 진지하게 배울 만한 글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물론 성경을 그렇게 고리타분하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의 신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책으로 공부할 가치까지 희석시켜 버리는 것은 크나큰 오류라고 생각한다. 모르면 배워야지. 알아서 해 되는 것 없고, 게다가 인생을 이끄는 신앙에 관련된 것인데. 도대체 이렇게도 열심을 내지 않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들만 죽어라고 공부하고 정작 삶에서 긴히 필요한 신앙에 대한 공부는 '그런 건 뭐 성직자들이나 하는 것이지'하고 뒷전으로 미뤄두는 것이 아니고 뭔가. 성경을 아는 것에 대한 욕심이 부족하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다. 어쩜 이리도 무심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들어 온 설교 말씀과 본문만 잘 이해했더라도 1년에 최소 50번의 설교를 듣게 되니까 수백 개의 구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들어본 바가 있었다는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어쩌면 이렇게 자신의 성경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내는 데 뻔뻔하고 당연함을 느끼는 것일까?
이무리 성경에서 형제를 비판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정말 모두가 깨어 각성하고 회개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기독교의 발전을 이끌었던 선배들의 청년 시절에는 성경을 더 잘 이해하려는 열심들이 가득했던 것으로 아는데, 작금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저 찬양 집회나 듣기 좋은 설교만이 난무하는 그런 세대인 것을. 나도 기왕에 이렇게 큰맘 먹고 홈페이지에 적었으니 앞으로도 더 진중하고 탐구하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어야겠다.
다만 한가지 서글픈 것은 교회에서 이러한 동일한 마음을 가지고 성경을 탐구할 사람, 혹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내게 꺠우쳐 줄 수 있는 연배의 사람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SFC에서는 작은 모임, 큰 모임을 통해 뭔가 내가 성경 공부를 통해 배우는 부분이 참 많았는데. 아모스 서에 대한 강해, 희년에 대한 원칙,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관한 공부는 정말 훌륭했다. 그리고 그러한 배움이 단순히 텍스트의 이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서 정말 놀라웠는데. 단순히 그건 '서울대'라는 테두리에서 느끼는 그런 부류의 지적 우월감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게 큰 위로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높은 기준을 제시한 대조군을 선택한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씁쓸하다. 이 글이 자만과 교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정말 교회에서 느끼는 현실이 그러니 답답할 뿐이다. 벌써 몇 년 째 이러한 답답함이 해갈되지 않으니, 이제는 이러한 마음이 화석처럼 굳어져가고 있으니 큰일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