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디'라고 하면 흔히 전자 피아노 ㅡ 키보드를 연상시키지만 이런 통념은 사실 완전히 틀린 것이다. 신디사이저는 정말 넓은 개념의 단어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여러가지 음원을 조합하고 변형시켜 기존의 음원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역동적이고도 효과적인 소리를 창조해내는 전자악기가 바로 신디사이저이다.

워낙 신디사이저로 건반 형태의 것을 많이 쓰기 때문에 키보드가 곧 신디사이저로 연결이 되는 게 우리네 당연한 생각이긴 하지만, 신디사이저에는 건반 악기 뿐 아니라 관악기도 있다. 전자 색소폰이라고도 할 수 있는 EWI같은 게 바로 그런 케이스이다.

물리적으로 보면 일종의 파동인 소리(Sound)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가 세기로, 음의 강약은 소리의 진폭과 관계가 있다. 둘째가 높이로 음의 고저는 파동의 진동수와 관계가 있다. 셋째가 맵시로, 어떤 음의 고유한 음색은 파동의 형태, 즉 파형이 결정해 준다.

일반적인 키보드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기계 내에 저장된, 혹은 디스크 형태로 불러들일 수 있는 음원을 이용하여 음을 내는 일일 뿐이다. 이런 게 신디사이저라면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개발된 초기 전자악기인 '옹드 마르트노'같은 것도 신디사이저인 셈이다. 그러나 신디사이저는 거기서 그 하는 일이 그치지 않는다. 사실 주변에 신디사이저를 정말로 '제대로' 다루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신디사이저를 다루는 사람들은 정말 기기묘묘한 소리들을 어찌나 그렇게 잘 배합해서 적시에 사용하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재미있는 것은 소리 자체가 물리학적으로 해석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신디사이저의 하는 일 또한 물리학적으로 해석이 되는 존재이다. 사실 신디사이저가 하는 일을 정말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어진 식재료를 가지고 음식 하나를 만들어내는 조리 역할인데 파동의 영역에서 이러한 조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푸리에 급수'이다. 일정한 주기를 가진 어떤 파동은 간단한 sine 함수와 cosine 함수들의 합으로 표현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이 푸리에의 자식들은 현대 자연과학과 공학에 기여한 바가 매우 크다.

오늘 교회에서 신디사이저의 다양한 음을 가지고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모르겠다. 나도 한 때 건반 신디사이저를 한 번 사볼까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 ㅡ 돈과 공간 ㅡ 에 부딪혀 실패하고 말았다. 만일 내게 일찍 그런 기계가 있었다면 어쩌면 난 지금 화학을 공부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르지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