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軍人과의 마지막 연락(?)은 희석이의 3박4일 짧은 휴가를 통해 성사되었다. 고로 이번 주는 군인과의 전화와 편지, 직접 만남이 모두 성사된 그런 흔치 않는 한 주였던 셈이다! 아무튼 희석이와는 무려 오전 10시에 만났다. 군인의 생활 스케쥴에 방학을 맞은 민간인이 따라줘야 한다는 사실이 내겐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일찍 일어나는 게 뭐 대수인가. 기를 쓰고 8시에 일어났다 :)

오늘따라 시내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거였나? 휴가를 단체로 이렇게나 나오신 걸까? 진짜 떼.. 라고 말하면 좀 어감이 안 좋으니까 무리라고 얘기해야겠는데 무리지어 지나가는 군인들은 수없이 봤고, 친구들과 걸어가는 군인, 혼자 걸어가는 군인, 여자친구를 끼고 걷는 군인 등등... 언제부턴가 안양일번가가 군인천하가 되었지?

오전 10시에 군인을 만나는 것은 매우 흔치 않은 일임에도 그냥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희석이는 여전히 적응안 될 내 모습이 놀라웠을 테고, 나는 이미 짧아진 게 익숙해 진 희석이의 머리가 놀라...지는 않았다, 뭐 군인인데 :) 반년만에 보는 것임에도 서로 한 몇 달 전쯤에 봤던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지나간 시간들은 무색할 정도로 금방 익숙해졌다.

그런데 정작 앉아서 먹거나 마실 만한 장소가 없었다. 10시면 안양일번가에겐 아직 이른 시간이다. 음식점은 아직 잠자고 있었고 왠만한 카페들도 모두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뭐 어쩔 수 없었다. 결국 택해 들어간 곳은 파리바게뜨 카페였다. (바로 앞에 뚜레쥬르 직영점이 있었지만 군인의 선택에 따랐다)

안 그래도 군대 이야기에 한창 놀아나고 있는 터라 군대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요즘 근황들, 하고 있는 일, 훈련, 후임이나 선임 이야기, 이따금씩 하는 생각들. 많이 힘들긴 하겠지, 아무래도 여러 병영 잡일(?)까지도 다 맡아서 해왔을테니 여간 고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일병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희석이는 그래도 지금 하는 군 생활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자세가 보여서 참 좋은 것 같다. 그 생활이 어떤지, 또 거기거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2년 3개월을 전전긍긍, 그저 주어지는 대로 그렇게 사는 것보다는 뭔가 얻어내려고 진지하게 살아보는 게 더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정말 대낮에, 햇볕이 쨍쨍한 그 날, 100분 걸린 이런저런 이야기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어디로 갈까 고심했다. 낙점된 곳은 바로 당구장. 안양의 '세종 탁구장'은 참 재미있는 기억들이 서려있는 곳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즐겨찾던 곳이기도 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이따금씩 들어가서 치곤 했는데.. 희석이랑도 왔었다. 그런데 그게 무려 4년 전??

오늘따라 탁구가 잘 되는 거였다. 진짜 왠만한 거 받아치고 왠만한 거 들어가고. 바이오리듬이 최상이었나? 아무튼 최상의 기량이었다고 생각한다. 후후. 아무래도 희석이 다음 휴가 때에는 설욕하려고 반드시 처음부터 탁구장으로 날 불러낼 수도.. :)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정말 더웠다. 습하기도 무지 습해서 45분의 탁구를 끝내고 나서 나 자신을 봤을 때 땀에 젖은 옷,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음료 간단히 마시고, 범계역까지 가서 ㅡ 잠깐동안 택시운전사했다. ㅡ 헤어졌다.

너무 개인-개인간의 이야기를 드러내 놓았나. 3시간동안의 짧은 만남이었는데 진짜 이보다 치열할 수 없었고, 이보다 부지런할 수 없었다. 아주 열렬히 편지를 보내 줄 만한 괜찮은 친구를 오늘 오랜만에 만난 것이다 :) 부디 구하는 것이 제대로 그 손에 쥐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아참. 생각해보니 에벤에셀 19기가 지금 나만 빼고 다 각자 다른 곳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새 대학 들어가고 서로 만나기 힘들었는데 다시 뭉쳐서 함께 재미있게 또 시간 보냈으면 좋겠다. 아. 경복이는 베이스, 희석이는 바리톤, 나는 세컨드 테너, 기원이는 하이 테너니까 넷이서 따로 아카펠라를 준비해볼까? 아. 고등학교 때 생각난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