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연자로서 공업화학회 기후특별 심포지엄이 참석한 뒤, '공업화학전망'지 편집위원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술 한잔 마시지도 않는 저녁 식사도 놀라웠지만, 맥주가 아닌 커피를 마시는 2차 자리라는 것에 더 놀랐다 ㅡ 물론 이 또한 좋았다. 강연에서 주로 다뤄진 플라스틱 재활용, PFAS (per-, polyfluoroalkyl substance) 규제 관련 내용은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PFAS 규제에 대한 강연은 흥미로움을 넘어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우리나라는 과연 PFAS 규제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이날 심포지엄에서 등장한 각종 (유럽發) 규제 ㅡ 친환경 플라스틱, 탄소 배출, RE100 등 ㅡ 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기술 개발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연구 자원은 어떻게 배분되어야 할까? 우리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아니,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까? 사실 어제 막판에 이르러서는 그냥 우리가 뭘 하려고 하는 행동 그 자체가 결국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것 아닐까 그런 극단적인 회의감마저 들었다.


아무튼 근처 카페에서 가진 2차 자리에서, 한창 연구비 관련된 얘기가 오가던 중 Horizon Europe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요즘 국제 공동연구가 중시되면서, 특히 EU권 국가 내 다국적 다수 연구기관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한 대형 과제인 Horizon Europe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2025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준회원국으로서 연구비를 투자하기 때문에 기존의 유럽과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대형 연구과제를 수주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내가 8~9월에 1달간 독일 파견을 가는 이유도 그런 목적이 있다.)


그때 어떤 교수님이, 아, 영국에 있는 기관과 진행 중인 협력을 기반으로 컨소시엄 구성을 할 수 없을까, 아, 그런데 영국이 브렉시트를 했으니 더 이상 EU가 아니라서 같이 못 하나? 이러셨는데 맞은편에 앉아있던 다른 교수 왈,


"갑자기 그 노래가 떠오르네요. 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 


나도 모르게 경외의 눈빛으로 박수를 한 번 치며 그 분을 바라보았다. 어제 심포지엄은 2차까지 참석한 보람이 있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