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실험실 대청소를 실시했다. 원래 격주로 금요일마다 실험실 청소을 진행하긴 하지만, 오늘의 대청소는 그동안 오랫동안 계획했던 것이었다. 실험실에 산재한 쓰레기들 ㅡ 특별히 오랫동안 아무런 이유도 없이 터줏대감인 마냥 자리를 지키고 눌러 앉은 (아무도 쓰지도 않거 거들떠 보지도 않는) 시약과 각종 문서들, 기기 및 부속품들을 모조리 처분하는 것이 제일가는 목적이었다. 항상 후드와 개인 실험대를 정리했지만, 오늘은 서랍장과 모든 선반, 그리고 서랍까지 모두 들어내 청소를 마쳤다. 장장 4시간 이상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청소 도중에 이런 것이 우리 실험실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은 이런 쓰레기들이 아직도 실험실에 그토록 오랫동안 있었다는 시실에 경악하곤 했다. 정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나왔는데 정기적으로 치우시는 아주머니 얼굴을 뵙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나중에 뵙게 되면 음료수 박스라도 하나 사 드려야 될 듯 싶었다.


과감하게 버리지 않으면 자꾸 쌓이고 쌓여서 어느새 이렇게 큰맘먹지 않으면 치울 수 없는 사태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무조건 버리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삼았다. 어차피 내가 입학한 뒤로 5년 반이 지나도록 쓰이지 않은 거라면 앞으로도 5년 반동안 쓰일 일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각종 서류와 논문 인쇄물들, 불필요해진 책들과 간행물들도 이참에 싹 버렸다.


청소 덕분에 실험 선반 위에 있던 여러 쓸모없는 물건들은 모두 정리되었다. 또 실험대 아래에 있는 거대한 서랍장도 싹 비워서 필요한 물건들 위주로 집어넣었다. 이렇게 자리에 여유가 생기니까 어디에 둘지 몰라 쌓아두기만 했던 물건들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전까지는 자리가 좁다고 생각되었는데 이제는 충분히 여유 공간이 생겨서 이 부분들을 더 효율적인 랩 운영을 위해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도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다시는 이런 청소 하지 않겠어.' 라고 했지만 사실 정말 필요한, 한번 쯤은 했어야 할 대청소였다. 아직 모두 마친 것이 아니라서 공동 클러스터 실과 후드 정리를 마저 해야하지만 401호를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했으니 부담은 덜할 것이다. 나는 나대로 실험실 각 선반과 서랍에 물품 종류를 표시하는 이름표를 모두 붙여넣고 서랍 정리를 마저 진행해야할 것 같다. 아무튼 고생해 준 모든 랩 사람들에게 감사!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