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출석 중인 교회가 속한 대전교구의 한 사제가 어제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염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이유로 당일 바로 교구의 직권 면직 처분을 받았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나 반대의 의견을 내놓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나, 이 발언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더 괘씸(?)하다고 생각한 것은 교구 관계자의 말마따나 자신의 발언이 담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은 채 '미숙한 SNS 사용'에 탓을 돌렸다는 점이다.


어제 사제들과 관련된 이슈가 또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라는 단체가 추모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이다. 우리는 구의역에서 참사를 당한 김군의 이름과 얼굴을 아직도 알지 못하고, 강남역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이름과 얼굴도 모른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참극의 희생자들과 관련된 정보는 일단 가려지는 것이 낫다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성립되었기에 우리는 망자에 대한 신상정보가 없더라도 수많은 쪽지와 국화, 전자 메시지로 충분히 그들의 죽음을 추모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위패나 사진, 이름도 없이 합동분향이 이뤄진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느니, '망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진혼의식의 첫 발걸음'이라느니 이런 말들이 갑자기 횡행하는 것일까? 추모마저도 정치적인 논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다니 정말 정치인들에게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사실 '참사로 희생된 158명의 시민들'이라고 묶어서 얘기하는 것이 사망자 명단을 하나하나 읽어내는 것보다 열등한 것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는 데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전국 각곳의 합동분향소에서 이름 모를 이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추모의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은 정부가 주도한 애도극에 놀아났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가 무슨 권위로 우리에게 그게 옳고 바른 추모 방식이라고 훈계하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은 아직도 민주화 열사들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던 문익환 목사의 감성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ㅡ 그건 무려 35년 전 감성이라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