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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사제들과 관련된 이슈가 또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라는 단체가 추모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이다. 우리는 구의역에서 참사를 당한 김군의 이름과 얼굴을 아직도 알지 못하고, 강남역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이름과 얼굴도 모른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참극의 희생자들과 관련된 정보는 일단 가려지는 것이 낫다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성립되었기에 우리는 망자에 대한 신상정보가 없더라도 수많은 쪽지와 국화, 전자 메시지로 충분히 그들의 죽음을 추모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위패나 사진, 이름도 없이 합동분향이 이뤄진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느니, '망자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진혼의식의 첫 발걸음'이라느니 이런 말들이 갑자기 횡행하는 것일까? 추모마저도 정치적인 논란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다니 정말 정치인들에게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사실 '참사로 희생된 158명의 시민들'이라고 묶어서 얘기하는 것이 사망자 명단을 하나하나 읽어내는 것보다 열등한 것인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는 데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전국 각곳의 합동분향소에서 이름 모를 이들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추모의 마음을 가졌던 사람들은 정부가 주도한 애도극에 놀아났다는 말인가? 도대체 누가 무슨 권위로 우리에게 그게 옳고 바른 추모 방식이라고 훈계하는 것인가? 이런 사람들은 아직도 민주화 열사들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던 문익환 목사의 감성에 머물러 있는 것인가 ㅡ 그건 무려 35년 전 감성이라고.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
아래는 전반부에 대한 내용을 조금 더 확대해서 새로 쓴 것이다:
내가 현재 출석 중인 교회가 속한 대전교구의 한 사제(司祭)가 그제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염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이유로 당일 바로 교구장 주교(主敎)의 직권으로 면직(免職) 처분을 받았다. 서품받은 사제가 교회 공동체의 총의(總意)가 아닌 주교의 직권으로 면직된 것에 대해 몇몇 신자들이 설왕설래하는 듯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관구 법규 3장에 따르면 어쨌든 주교는 성직자나 신자에 대한 징계를 행할 직무를 지닌 사람이니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은 일단 아니라고 본다. 물론 교구 내 회의 및 청문 절차가 있어 이러한 결정을 민주적(民主的)으로 이끌어낸다면 더 모양새는 좋았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교구 내 관계자들은 이런 민주적 절차를 밟는 것이 무의미하게 시간만 끄는 행동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문제의 발언을 한 사제가 자신의 발언이 초래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단지 미숙한 SNS 사용 때문에 개인적인 의견이 공개된 탓에 불편을 끼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자신의 발언에 대한 판단과 회개의 고백이 전혀 없는 이런 행동은 그나마 사태를 좀 부드럽게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졌던 일말의 희망을 산산히 부쉈음에 틀림없다. 사도 바울로는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서 '적은 누룩이 온 반죽을 부풀게 한다는 것을 여러분은 알지 못합니까?'라고 말하는데, 교구 내 관계자들은 아마 이 말을 떠올리며 사태가 확산되기 전에 신속하게 견책(譴責)을 집행하는 것이 선하다고 보았을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후 자신의 계정을 삭제하고 그 어떠한 추가적인 공개적 의견 제시도 없는 것을 보아서는 이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본다.)
한편 사목교서를 통해 대전교구의 주교는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의 참된 가르침은 생명이 존엄하다는 것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문제의 사제는 이 가르침을 무시하고 잃었다는 이유로 견책의 대상이 되었다고 선언했다. 즉, 이 사제는 정치적인 발언을 개인 SNS에 올렸다는 이유로 면직된 것이 아니었다 ㅡ 오히려 우리 교회 공동체에서 보존해야 할 하느님의 가르침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견책의 목적은 한 사람의 징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ㅡ 이를 통해 하느님의 가르침을 다시 상기하고 신자들에게 이를 권면하는 데 있었다. 신약성서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편지」에 '무슨 견책이든지 그 당장에는 즐겁기보다는 오히려 괴로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견책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은 마침내 평화의 열매를 맺어 올바르게 살아가게 됩니다.'라고 기록된 것처럼, 최근 교회 내에서 시행된 이 견책이 문제의 발언을 한 사제의 열매맺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교구 내 교회 공동체의 건강한 신앙생활에도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