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역 앞에는 꽤 오랫동안 짓다 만 폐건물이 있었다. 무슨 백화점을 짓는 것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한창 건설이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부터 공사가 멈추더니 비둘기들의 천국이 되고 말았다. 외장이 완성되지 않아 흉물스런 내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채 거의 20년 넘게 안양역 앞에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


어렸을 땐 저 건물을 그냥 부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어른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건물 건축과 관련된 투자자들 사이에서의 입장 차이와 복잡하게 얽힌 이익 계산 때문에 결정은 쉽게 내려지지 못했다. 건물 높이가 낮으면 또 모르겠지만, 이 건물은 역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기에 어디에서나 그 흉한 모습이 보이는 그런 애물단지였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아직도 저 건물이 안 없어지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냐며 혀를 끌끌 차곤 했다. 사실 버려진 건물은 주변 상권의 발전에도 악영향을 주는 듯했다. 안양역 주변의 최대 상권인 일번가는 어느새 '고딩들의 놀이터'처럼 여겨진 지 오래되었고, 수암천을 뒤덮던 콘크리트 복개가 더 제거되었음에도 폐건물이 있는 지역은 딱히 사람들을 불러모을만한 상점이나 음식점이 자리잡지 못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지역은 뭔가 음험하고 더럽다는 인상이 가득했다.


그랬던 이 건물이 2023년 겨울을 지나면서 철거에 돌입했다. 이미 작년부터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이렇게 조속하게 처리될 줄은 몰랐다. 친구가 안양역에 오랜만에 갔다가 없어진 건물 주변 경관을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큰 감명을 받았다. 드디어, 쇠말뚝처럼 안양역의 상권을 짓누르던 흉측한 랜드마크(?)가 사라졌구나! 


現 안양시장 최대호 씨는 평촌 학원가에 있던 필탑학원의 원장이었고, 現 만안구 국회의원 강득구 씨는 신성중학교, 신성고등학교 동문 선배이면서 안양시의원과 도의원을 거쳐 21대 총선에서 초선의원으로 당선된 입지전적의 인물인데, 이 두 사람은 나와 정치적 관점은 다를지라도 이 폐건물을 일소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두고두고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만세다 만세!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