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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복을 입고 성당에 간 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에는 평소에 주일 예배 참석하지 않는 분들도 명절 챙기듯 나오곤 하는데, 그분들 중에는 다소 파격적일 수 있는 한복 입은 신자의 등장에 놀라워하시는 분들도 있었던 듯 했다. 하지만 평소에 주일 예배에 참석하시면서 나를 자주 보셨던 분들은 딱히 놀라워하지는 않으셨다. 어떤 분은 자신의 색깔 취향상 지난 번에 입고 온 보라색 도포가 더 예쁜 것 같다고 말씀하셨고, 다른 교인은 자기는 이렇게 예쁘게 입고 오는 게 좋다고도 말씀하셨다.
성찬례를 다 마치고 교인들이 다함께 부활절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 성당 입구로 향하던 찰나, 한 아이 어머니께서 내게 오시더니 아들내미가 삼촌과 꼭 손을 잡아보고 싶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귀여워 보이는 아이에게 다가가자 아이가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하나님이세요?"
순간 나를 포함해서 이 천진난만한 질문을 들은 주변의 교인들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평소에 보지 못한 흰 옷을 입고 온 사람을 보고 "하나님"이냐고 묻는 그 의아한 눈빛에 나도 그만 뭐라 말해줘야 할 지 모른 채 웃기만 했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악수를 했다. 옆에서 아이의 할머니는 "하느님한테 예쁘게 보이려고 입은 거야."라는 설명을 해 주셨다. 글쎄, 오늘 강론 중에 신부님께서 '예수님이 부활하신 뒤 우리를 형제라고 언급하셨다.'는 말씀을 하신 게 인상적이었는데, 얘야,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 안에서 같은 형제란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