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막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마쳤는데, 이번 연설이 한국인들에게 꽤나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큰 실수 없이 영어로 긴 시간동안 연설을 해냈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의(誠意)를 드러낸 것이니 말이다.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내용이야 어차피 남의 나라에 가서 좋은 이야기하고 오는 것이니 판단할 거리가 별로 없겠지만, 요즘같이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러시아의 난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사람들이 듣기에는 좋은 내용들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장진호 전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내심 중국을 겨냥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미-일 삼국 협력 체계를 아주 대놓고 이야기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중-러에 붙느니 미-일에 붙는 것이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나야 이 연설 내용에 찬성하지만, 기준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


발음이나 연설 태도로 보면 내 생각에 이전 대통령들의 영어 연설과는 일단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당장 이전 대통령의 이름들을 떠올려보자 ㅡ 문재인, 박근혜, 이명박, 노무현... 도저히 이들의 입에서 멋들어진 영어 연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그러니 향후 미국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는 이상 이보다 더 좋은 수준의 영어 연설을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것이 못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발음이나 태도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쏘아붙이는 사람들도 있을테지만 그런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생각과 연륜이 짧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적어도 우리 연구자들은 잘 알 것이다.


지난 삽십여년간 뉴스를 통해 본 온갖 대통령 의전 쇼나 '갬성'돋는 청와대 사진 및 영상편집보다 이날의 연설만큼 대다수의 한국인들에게 한국 대통령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한 주간의 한미 정상회담에 양국 관계자들이 꽤나 공을 들인 모양인데, 일단 공들인 보람은 있는 것으로...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