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디언의 굴레』라는 책을 최근에 e-book으로 샀는데, 이 책을 사게 된 계기는 하도 주변에서 KIST 전북분원에서 일하는 내게 조롱 혹은 걱정어린 말들을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알보칠(=알고 보니 7시)이나 까보전(=까고 보니 전라도)이라는 말은 예사요, 네가 사는 동네로 가려면 여권들고 가야하는데 혹시 요즘 비자는 필요하지 않니 이런 말도 듣는다. 이러한 차별적 정서는 집안에서도 유효한데, 경남 진해 출신인 아버지는 공기업 재직 당시 DJ-노무현 정권 때 있었던 변화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신 편이고, 부산 출신인 어머니는 큰외삼촌과 관련된 슬픈 과거 ㅡ 경상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5.18 사태 이후 전라도 출신 선임들에게 구타당한 결과 정상인의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분이 되고 말았다. ㅡ 때문에 전반적으로 호남(湖南)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으신 편이다.


도대체 이러한 차별적 정서와 혐오 발언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나름 알아보던 차에 이 책이 꽤나 준수한 서평을 받으며 관련 주제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게 되었고,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사서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광주에서 ㅡ 5.18 민주화운동을 하루 앞둔 역사적인 그 시간에! ㅡ 제주도로 넘어가는 비행편에서 마저 다 읽었다.


이 무수한 차별의 해결책은 사실 나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자신들의 이익 대변자로서 민주당이 아닌 다른 당의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단순이 그 사람이 민주당의 반대 당, 지금의 국민의힘을 뽑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국정당이 아닌 지역정당의 활동이 보장받고 뿌리내려야 한다면서, 지역의 거버넌스를 일신하고 중앙당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지역의 경제와 사회를 살뜰하게 챙길 수 있는 정치 세력이 등장하고 육성되어야 할 것을 말한다.


여기에 나는 100% 동의한다. 정말이지 견제와 반대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나도 예전에는 하나의 뜻 아래 일사불란에서 모여 대오를 갖추는 사회의 모습이 훨씬 효율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불세출의 선하고도 대단한 영웅이 이끄는 체제 하에서나 긍정적인 것이다. 그렇지 못한 자가 사회를 이끌게 될 때 맞이하는 파국은 끔찍하다. 괜히 아리스토텔레스가 제헌정이 독재정보다 못하더라도 그 반대인 민주정이 참주정보다 낫다고 하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외치는 소리가 있는 것이 비록 시끄럽고 복잡하게 보이긴 하지만 하나의 목소리에 일심단결하여 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보다는 더 안전한 법이다.


그리고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발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도 100% 동의한다. 과거처럼 수도권의 손발 역할을 하는 공장을 크게 짓고 그 주변에 하청 업체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요에 기반한 시장 형성을 촉발함으로써 지방이 발전할 수 있었던 그런 모델은 더 이상 호남에 적용할 수 없다. 그건 1960년대 산업화 시대에나 적용되었어야 하지, 선진국 반열에 오른 2020년대의 대한민국에서는 잘 작동할 리 만무하다. 과거의 모습과 방식, 기억을 모두 극복해내야만 새로운 미래를 경주할 수 있는 법이다. 언제까지 과거에 매여서 살텐가? 안 그래도 오늘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인데, 언제까지 이 불행한 사건에 매여있을 것인가? 미래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 극복될 때 비로소 찾아오는 법이었다. 이것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호남에 미래는 없다. 이 책은 이것을 아주 정확히 꼬집고 있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