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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부터 오후까지 세미나 및 랩 투어 일정을 진행했고, 발표에는 알토 대학의 연구자들과 에스포에 본원을 두고 있는 VTT(핀란드 기술 연구센터)의 연구자가 참석했다. 세미나 주제 자체가 'Potential and future applications of biobased carbon materials'였고,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은 리그닌(lignin)이나 셀룰로스(cellulose)의 탄화 연구 및 탄화된 바이오탄소 재료의 응용에 대해 탐구하는 연구자들이었다. 나도 그간 KIST에서 수행했던 리그닌 및 셀룰로스 연구에 대해 40분 정도 발표했는데, 이렇게 모든 일을 총망라해서 공동 연구진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
오늘 세미나에서 무척 놀랐던 것은 핀란드의 알토 대학이나 VTT가 임산업(林産業) 및 목재에 대한 연구에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목재 재료로부터 탄소 재료를 얻는 연구는 인류가 나무를 태워 불을 피우면서 경험적으로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주제이지만 자연물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인조 화학 물질들이 탄생하면서 한동안 인기가 시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탄소 중립 및 환경 문제가 크게 떠오르면서 다시금 바이오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런 시기에 우수한 삼림 자원을 바탕으로 임산업이 탄탄히 발전한 핀란드가 정부와 대학 차원에서 관련 연구를 굉장히 밀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토 대학이 진행하는 셀룰로스 연구의 스케일과 지속적인 수행이 인상적이었고, VTT의 본원과 분원들이 집단적으로 폭넓게 연구하는 리그닌 관련 연구는 그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무척 놀랐다. 진짜 오랜만에 '우리의 이상이 우리의 현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리라'고 믿는 연구자 집단을 만난 느낌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바이오탄소 연구가 당장 돈을 쥐어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산업을 바로 육성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석유 기반의 분자 및 고분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지난 몇십년간 석유 화학공학이 급속히 발전한 덕분에 바이오기반 물질들이 이들 인조 물질들과 가격이나 물성 측면에서 경쟁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핀란드 정부와 대학, 산업의 협력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리고 이런 열정과 끈기라면 이 목표가 달성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작은 희망도 가지게 되었다.
어쩌면 다시 떠오르는 리그닌 및 셀룰로스 연구 주제를 선도할 수 있는 나라는 전통적인 임산업이 크게 발전했던 핀란드와 스웨덴, 그리고 캐나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들과 함께 협력하면서 좋은 연구 분야를 육성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물질들을 개발 및 소개했으면 좋겠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