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애 첫 골프 라운딩 계획이 잡혀버렸다. 항상 첫 필드 경험은 아버지와 함께 해야 한다고 굳게 생각하고 내년에는 꼭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인 진환이에게 연락이 오더니 내 첫 필드 라운딩이 이번달에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되고야 말았다. 뭐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필드에 나가는 '골린이'는 없다지만,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요즘 좀 드라이버를 어떻게 휘둘러야 하는지를 약간 이해하기 시작한 상태라서 전보다는 퍽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진짜 잔디에서는 채를 휘둘러본 적이 없거늘 어찌 걱정되지 않겠는가?


예정된 라운딩 일시가 11월 하순에 접어드는 시점의 이른 아침인데 추우니까 옷이라도 적절한 게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교회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팔봉동에 있는 골프웨어 상점에 들러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그런데 골프 라운딩을 위한 옷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지라 뭘 자꾸 뒤적여 본다는 게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매일같이 입을 옷을 고르는 게 아니라 특별한 날 이벤트를 위해 사는 건데 이렇게까지 패션을 고려할 일인가? 그래서 그냥 처음 들어간 골프웨어 판매점에서 마네킹에 입혀놓은 바지와 이너웨어, 스웨터 방풍 니트, 그리고 캡을 하나 구매했다. 그래, 무슨 내 주제에 스타일을 따지겠나. (다만 바지만큼은 흰 바지로 입고 싶어 흰 바지로 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골프용품점에 들러 우선 넉넉하게 티(tee)와 로스트 볼(lost ball)을 사 두었다. 그린 위에서 쓸 볼 마커(ball marker)도 싸게 하나 구입했다. 매제와 친구에게서 선물받은 골프 장갑은 일단 실전용으로 쓰기로 하고 간 김에 연습용 장갑도 하나 장만했다.


게다가 최근 체격이 커지면서 셔츠와 외투 100 짜리는 모두 당근으로 처분하거나 버렸는데, 바지 또한 예외는 아니라서 허리 30 인치 바지는 모두 최근 의류수거함에 내던져 버렸다. (고백하자면 허리가 문제가 아니라 허벅지가...) 그래서 근처 아울렛 상점에서 허리 32인치 슬랙스 바지를 두 벌 샀다.


이렇게 계획된(?) 구매를 해놓고 나니 1시간 내에 카드로 지불된 금액이 어마어마했다. 아아, 골프장에 가서도 내야 할 돈이 많다던데, 이거 뭐 골프 라운딩을 위해 지출해야 하는 돈이 어마어마하구나. 역시 골프는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라더니, 벌써부터 실감하고 있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