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대천 해수욕장 다녀왔어요~>
Date 2008.8.3
사실 어제 오늘 1박2일로 서해 대천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휴가를 나온 용석이가 이번 여름을 바다 없이 보낼 수 없다며 휴가 전부터 들들 볶기 시작했다. 수련회 등으로 일정이 빡빡한 나는 난색을 표하긴 했지만 어쩌랴. 내가 없으면 발이 없는 셈이잖는가. 그렇다고 내가 무슨 친구들한테 봉사한다는 구실로 그렇게 서해로 간 건 아니었다. 나도 바다를 향한 소망이 있긴 했다. 그렇게 해서 나, 용석, 지열, 성림 남자 넷이서 주말 1박2일 무계획 무대책 바다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날씨가 정말 안 좋았다. 안양을 출발한 것이 토요일 오후 4시경이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진-서산간 서해안 고속도로 차로가 2차로로 좁아지는 곳에서 이른바 '병목 현상'이 일어나 교통 체증에 고생해야만 했다. 그래서 대천 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이 밤 8시 경. 그런데 우리는 사실상 무대책 여행이었기 때문에 방이 잡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상심한 나는 정말 힘든 순간을 맞이했다. 신경이 곤두서고 게다가 대천에 도착하자마자 그간 내리지 않았던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긴장마저 되니 몸과 마음이 편할 턱이 없었다.
그러나 극적으로 구해진 대지민박집! 정말 최고였다. 9시에 그렇게 방에 들어가서 음식 조리를 하기 시작해 밤 10시가 되어서야 성대한 저녁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배고프면 치밀어대는 짜증과 날카로운 신경도 어느새 진정이 되었고 여행을 즐기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강 상황을 다 정리한 뒤 비록 자정인 시간에 비도 오지만 한 번 바다로 나가보기로 했다. 이 늦은 밤에 바다로 나가는 것은 처음인지라 처음엔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갈 수가 없겠다는 생각에 함께 갔다. 오, 그런데 왜 이리 사람이 많지. 대천 해수욕장은 정말 자정이 넘은 그 늦은 밤에도 먹고 노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야, 여기 정말 성업중이구나. 한창 때를 맞이해서 정말 온 곳이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구나.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바다!
아악. 너무 좋았다.
나는 늦은 밤의 바다가 그렇게 황홀한 줄 몰랐다. 물론 대천 해수욕장이 특별한 곳이긴 하지만 그 조명, 밀물 때, 한창 피서철이라는 세 가지 추가 조건 덕분에 해수욕장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웠다. 우리는 물 만난 물고기, 아니 놀이터에 풀어놓은 유치원생들처럼 파닥거리며 돌아다니고 사진 찍고 바다에 풍덩 빠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진짜 안 오면 후회할 뻔했다, 아니 물론 사실 오늘 여기 오는 바람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미뤄지긴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여기 왔으니 이런 좋은 광경,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기분이 너무 좋았고 흥분을 자아내는 그 광경 앞에서 촐싹맞게 뛸 수 밖에 없었다.
예배에 늦지 않기 위해 토요일에 늦게 잤음에도 투지를 발휘해서 주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초고속으로 안양으로 단숨에 달려왔다. 갈 때는 4시간여 걸리던 그 거리를 2시간여만에 왔다. 거의 평균시속 110km였던 듯 했는데 아무튼 이렇게 시간을 잘 보내고도 주일 성수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친구들이 너무 고생 많이 했다. 얘들아, 진짜진짜진짜 즐거웠어 덕분에 좋은 추억 만들었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