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오랜만에 reharmonization!]
Date 2008.08.21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로 끝난 재즈공부 초반의 핵심이라면 reharmonization과 tension의 활용이었다. 요즘 오랜만에 피아노를 잡고 열심히 베토벤 소나타를 쳐 대고 있는 중인데 무슨 유행처럼 피아노 위에 올라오는 작곡가의 이름이 늘 바뀐다. 한 때 모차르트에 열광했고, 또 한 때에는 슈베르트, 어떤 때에는 변태스럽게도(?) 바르토크였다가, 가장 최근에는 열렬히 체르니를 쫓았는데 지금은 다시 베토벤으로 돌아왔다. 근 2년만에 비창(Pathetique)을 친 것 같은데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

아무튼 그런 고전적인 악보의 재현 외에 요즘 하는 일은 항상 배우다 말다를 반복한 실용음악을 다시 보는 일이다. 실로 최근 며칠간의 실적은 매우 대단한 것이라서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개념들을 머리에 정립할 기회를 제공했다. 요즘 스케일(scale)을 보고 있는데 이건 양이 너무 많은 데다가 과연 이것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준이 되긴 할까 싶어서 코드 보이싱으로 넘어가고 싶긴 하지만 그런대로 자꾸 보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나더러 G 도리언(Dorian)을 잡아봐라! 하면 예전보다 1/3 단축된 속도로 스케일을 쳐내려갈 수 있을 듯 싶다.

이전에는 못 느낀 건데 오늘 '나의 죄를 씻기는'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코드의 찬송가를 reharmonization하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어느새 일반적인 투-파이브 진행에 전보다 익숙해졌다는 것이고, 나인과 써틴을 되도록이면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늘 이 간단한 16마디 악보를 reharmonization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온갖 불협화음과 긴장감 속에서 '요거요거 요 분위기에 딱 맞네~' 환호작약하면서 코드명을 기입할 때 은근히 즐거움이 느껴진다. 아직 수준은 매우 기대 이하이긴 하지만 천천히 조금씩 걷다 보면 '이 정도면 조금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연주를 할 수 있겠지 :) 뭐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지금껏 봐 온 것들을 다 버리는 사태만 막아도 큰 일인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