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Feliz cumpleaños]
Date 2008.09.08
오늘 꿈을 꾸다가 엉엉 울면서 일어났다. 그건 요즘 걸핏하면 눈물샘이 자극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인즉 다음과 같다. 꿈에서 나는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 꿈에서 보여준 세계 지도에서는 어이없이 미국 동부에 Finland라는 섬나라가 일본처럼 있었고 알래스카 동부에 Norway라는 반도국가가 있었다. (사실 꿈에서 주어지는 상황은 우리가 항의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즐기면 땡!) 나의 목적지는 그 Norway였다. 기내에서는 영어로 대화를 하는데 아, 꿈속에서 내가 옆 좌석 아저씨한테 한 마디 했었는데 그게 지금 기억이 안 난다. 꽤 완벽했는데!
그런데 미국 중부 지역을 지나는데 마치 게임의 한 장면처럼 비행기가 저도 비행을 하면서 빼곡하게 들어선 도심의 마천루를 훑으며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끝없이 장엄하게 이어진 빌딩숲에 그만 나는 감동을 먹었는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다가 급기야 나중에는 기내 개인 커튼 (아마 나는 그 때 비즈니스나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있던 모양이었나보다.)을 젖히고는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꿈이 끝나고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임을 느끼기 직전에는 아예 그 고층빌딩들의 모습들이 영화 엔딩 크레딧처럼 내 눈앞에 다시 펼쳐졌다. 나는 다시 엉엉 울어댔고 일어나보니 아이고야, 엄청나게도 울었네.
이렇게 생일 첫날을 눈물로 시작했다. 그런데 완전 슬픈일로 통곡한 게 아니라 그 장면이 너무 멋있어서, 가슴 짠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어서 그렇게 울었던지라 너무나도 개운했달까. 사실 나는 매우 도시화가 진행된 도심의 높은 빌딩들, 거대한 규모의 건물들이 즐비한 대도시의 모습을 사랑한다. 김포공항에 도착하기 직전 하늘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은 정말 환상이다. 발 디딜 틈 조차 없어보일 정도로 빼곡하게 성냥갑들처럼 밀집된 서울의 건물들 ㅡ 고층빌딩들은 물론이거니와 고궁과 일반 건물들, 아파트, 빌라들 ㅡ 을 볼 때면 나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물론 대부분은 이러한 서울의 모습을 싫어하긴 하지만.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문자에, 전화에... 남아공에서도 그쪽 시간으로 새벽3시인데도 그 늦은 시간에 전화해주시고! 너무너무 감사했다. (성실하고 완전 최고인 집주인) 지열이는 그제 깜짝 케이크(완전 좋은 초콜릿!)를 들고 집에 찾아와 넉넉히 즐기며 먹어치웠고 곤히 재워준 뒤 보내주었다. 주일에 은사사역팀에서는 한정식 집에서 거한 저녁식사를 한 뒤 역시 깜짝 케이크(완전 좋은 초콜릿!)를 공개하여 나를 놀라게 해 주셨다. 오늘은 저녁 늦게 학교에서 마쳤지만 외할아버지댁에 가서 미역국도 먹고 성대한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사실 9월 8일이라고 해서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에 뭔가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1초라는 시간 간격을 정의하고 그렇게 '하루'라는 24시간짜리 시간의 조각을 지정한 뒤 365번 돌고 돈다고 정해놓은 것은 인류의 편의를 위해서이지 사실 1986년 9월 8일의 우주와 2008년 9월 8일의 우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동일하지도 않다. 오늘 내게 특별한 능력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을 만나는 그런 날도 아니다.
단지 우리가 생일을 기념하는 것은 매년 돌아오게끔 '설정'된 생일을 기억하여 내가 작년 생일을 맞이했을 때와 비교하며 얼마나 내가 더 앞으로 나아갔는가, 다듬어졌는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리고 생일이 최초로 시작된 그 날에 해산의 고통을 감내하신 부모님의 사랑을 언제나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확실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언제나 부모님께 감사하고 있다.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사랑합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 우리 가족처럼 키스와 '사랑해요~'라는 말이 헤픈(?), 그러나 헤퍼서 좋은 가족은 아마 없을지도 몰라!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