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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태에 대해 분명한 반미(反美) 구호를 외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무척 곱지 않다. 분명한 어조로 당 차원에서 미국을 규탄한 당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예전에는 반미가 곧 정의라고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곧 국제법이나 인권, 민주주의, 보편 가치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외침이 굉장히 공허해지고 있다. 과연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서울대학교 이문영 교수의 말처럼, 사람들은 이미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상식의 틀을 바꾸는 데 합의한 것처럼 보인다. 이제 명분과 당위는 힘을 잃었다. 자국의 이익과 그것을 관철할 수 있는 실력이 관계를 규정한다. 그것은 단순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시작된 것은 아닌 듯 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런 조짐은 나타났으니,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중요한 것은, 훨씬 빨라진 매체를 통해 전 세계의 소식을 다양하고 빠르게 접하게 된 대중도 이미 그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깨닫고 인정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반미 구호를 듣는 것이 참으로 자연스러웠다. 조지 부시 대통령 재임 중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침공,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벌어진 석연치 않은 쇼트트랙 판정, 그리고 때마침 무한궤도 차량에 의해 희생당한 두 여학생 문제가 일종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 미국 제품 불매 운동과 더불어 모 민중가요 가수가 작곡한 「Fucking USA」라는 노래가 인터넷에서 두루 돌아다녔고, 몇몇 연예인들도 앞다투어 반미 구호 행렬에 동참했다 ㅡ 참고로 당시 분위기에 편승하여 반미 퍼포먼스를 벌였던 PSY는 훗날 「강남스타일」로 역사상 유례 없는 대성공을 거뒀을 때 과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도 다 안다. 미국은 우리들이 대등한 위치에서 이야기 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이십 몇년이 지나면서 미국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장악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고도화되었다. 이 압도적인 차이를 목도하면서 반미를 외치는 것은 무가치할 뿐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안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상황을 두고 반미 구호가 낭만적인 대학 생활 내내 울러퍼졌던 시절을 기억하는 40~50대의 생각과, '천조국'이라는 경외 섞인 비유에 길들여진 20~30대의 생각은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는 것이다. 정확히 이 지점에서 반미 구호가 더 이상 호소력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는지도.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