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부터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했다. 한 주에 한 번 하는지라 과거 피아노처럼 자주 배우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배우는 게 또 어딜까 하는 마음으로 클라리넷을 잡는다.
가르치러 오신 분이 나의 뛰어난 감각에 두 번 놀라셨단다. 으흐흣. 내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라 사실 선행된 학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찬양을 하다보니 복식호흡에서는 별 무리가 없었고, 피아노를 오랫동안 치다보니 악보 읽는 것에 역시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힘'이 없다는 것. 뭔가 시원시원한 소리가 나야하는데 내 소리는 아직 미완의, 한참 미완의 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손가락의 움직임이 유연하지 못해서 트릴을 할 때 심각한 떨림이 발생. 손가락 힘을 기르려고 할 일 없을 때는 손가락 운동을 하고 있다...
클라리넷은 소리가 매우 좋다. 그리고 음역이 아주 넓다. 비교적 짧은 관인데도 저음부터 고음까지 모두 낼 수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물리 시간에 배운 기주의 공명 때문이다. 클라리넷은 유일한 폐관악기라고 한다. 때문에 음파의 진동수가 매우 낮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인 'Rhapsody in Blue' 첫 부분에는 클라리넷의 글리산도(음을 순식간에 쫙 올리거나 내리는 주법)가 등장한다. 인상적이다.
사실 처음엔 클라리넷으로 재즈에 도전할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클라리넷을 하면 색소폰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2~3년 후에는 색소폰을 이어서 배워봐야겠다. 물론 클라리넷을 잘 배우면 베니 굿맨처럼 클라리넷으로 재즈를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영어랑 피아노만 하면 될 것을 왜 스페인어와 중국어, 그리고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두드리느냐고? 글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당장 좀 해 봐야겠다. 시험기간에 다이어리를 충동적으로 쓰는 것처럼 말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