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에나 1학기 초, 곧 3월 초순은 유난히 학교가 북적거린다. 그것은 기나긴 겨울 방학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온 재학생들의 새로운 결심과 갱신(更新)된 다짐도 한 몫 하지만 그보다도 더 주요한 것은 아무래도 신입생들의 등장이 아닐까. 겨울을 녹이는 봄바람과 함께 등장한 신입생들은 관악의 꽁꽁 얼어있던 인도 보도블럭 틈 사이까지도 녹여버리는 신재(神才)를 가지고 있다.
일곱 번째 학기. 이번 학기의 특징을 꼽자면 우선 화학으로의 회귀를 들 수 있다. 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학부 과목을 물리학부 과목보다 더 많이 수강하는 것은 3학기만의 일이다. 수강하는 화학부 과목들도 물리화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고분자화학, 무기화학이다. 얘네들은 아무리 물리화학적 요소를 덮고 있다손 치더라도 분자식과 화학적 용어들의 내음이 진하게 풍겨나는 분야들이다.
화학부 실험도 2년만에 듣는다. 그것도 두 개. 무기화학실험과 물리화학실험. 실험을 두 개 듣는다고 다들 걱정하는 눈치이지만 의외로 이렇게 같이 듣는 사람도 많다. 작년에 두 개 들었다면 가뿐히 잘 해낼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내게 주어진 일정은 아무리 기를 쓰고 운을 좇으려 해도 이 정도인 것을. 순응해야지 :)
그리고 학점수도 5학기만에 17학점으로 20학점 아래로 내려왔다. 2학년때부터 나는 줄곧 21학점 아니면 20학점을 들어왔다. 과목 수는 7~8개를 헤아렸다. 잘 해낸 내가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하다만 이제는 그렇게 달릴 필요가 없으니 조금 자제하기로 했다. 그래봐야 전공만 여섯 과목이라서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내 경험상 전공과목 하나가 있고 없고, 혹은 실험이 하나 있고 없고 차이가 정말 대단하다. 실험 두개 들으니 same same이라고 쳐야지 뭐.
이번 학기 과 공부 외의 활동으로는 사실 운동과 중국어를 생각하고 있으나 뜻대로 될 지 모르겠다. 운동을 하려면 주변 휘트니스 센터나 학내 POSCO 센터에 가입해야 할텐데 그게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과연 이 몸이 운동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 공부라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인간이 대체 이런 기본적이고도 오히려 더 필수적인 것에 대해서는 망설이는지ㅡ? 에휴에휴. 중국어는 교재를 몇 사두었으니 단어를 잊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난 학기에 스페인어/영어 회화 테이프를 죽도록 들었듯 이번에도 많이 들으면서 공부하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학부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물론 게중에는 같은 학부라는 타이틀만 남아버린 사람들, 혹은 함께 하기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는 개의치 않는다. 이제 학부 내에서 누구를 좋다 싫다 이러지도 않을 것이다. 끝까지 존중해 줄 것이고 친절과 아량을 베풀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며 과 내에서는 자존심이나 내 목소리, 모두 다 버리려고 한다. 이런 저런 것들 다 비우면 그 떄는 정말 좋은 기억들로 내 가슴 한 켠에 남겠지, 그런 생각을 해 본다 :)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