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최고 더위는 2018년 여름이었다. 당시 KIST 면접을 위해 미네소타에서 잠시 귀국했던 나는 에어컨도 없는 당시 외할머니댁에서 선풍기 바람만 믿고 잠을 청하곤 했는데, 어찌나 더웠던지 중간에 깬 적도 있었다. 한 1주 정도 한국에 머물렀지만, 그때 경험한 더위는 충격적이었다. 어르신들은 1994년이 그때보다 더 더웠다고들 말씀하셨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의 논밭이 쩍쩍 갈라진 모습을 리포터가 보여주는 뉴스가 어렴풋이 기억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2018년의 더위는 인생 최악의 더위였다.


하지만 2024년의 더위가 그 기억을 덮고 있다. 7월부터 시작된 이 불볕더위는 좀체 가실 줄을 모른다. 과거에는 32~33도만 되어도 엄청난 더위라고 했는데, 이제 35도는 예사다. 매일같이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는데, 연구원에서는 전기 절약을 위해 오후 5시가 되면 에어컨 가동을 중지시킨다. 그러면 에어컨이 그나마 28도 정도로 냉각을 하고 있던 사무실은 십수 분이 채 되지 않아 금세 데워지고, 저녁 시간에 실내에 남아 야근을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지경에 이른다. 오늘은 오후 5시부터 화상 회의가 있었는데, 6시 반까지 이어지는 회의 중간에 어디 찬바람을 쐴 수도 없이 오롯이 실내에 앉아 그 더위를 참아가며 앉아있어야 했다.


기후 위기는 사람을 일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차라리 이렇게 힘겹게 고생해가며 일할 바에야 출근하지 말고 재택 근무를 하는 게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원을 아끼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내일이 말복(末伏)인데, 더위는 다음주까지 이어진다니 정말 한숨이 다 나올 지경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