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과연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과 친해지는 것일까, 혹은 판이(判異)하게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 이끌리는 것일까. 사실 이 둘은 양립(兩立)할 수 있는 명제이다. 설사 양립할 수 없는 두 문장이 삶에 등장하더라도 어차피 우리의 생활 속에는 '빛 좋은 개살구'와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모순(矛盾)된 교훈과 지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탐탁치 않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방학이 지나가기 전에, 그러니까 어제 호식이를 만났다. 서두(序頭)가 왜 그리 쓸데없이 거창한 척을 했느냐. 호식이는 나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성격이 다르고 지금까지 경험해 온 것들, 지내온 삶이 너무나도 다르다. 내가 학문적으로 뭔가를 더 배우고 공부하는 데에는 뒤질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참 신기하기 이를 데 없는 수준에 존재하는 사람이 바로 그다. 그를 1년에 두 번, 방학이라는 휴식의 시기에만 겨우 만나볼 수 있다. 과연 그것이 어느새 우리의 전통이 되었는지 혹은 정말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져 왔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 논의(論議)가 필요할런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별스럽지도 않아졌다. 실은 나도 모르게 그것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수동적(受動的)으로 만남에 응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하기는 하지만 항상 기대를 가지고 나간다. 왜냐하면 이 시간은 서로에게 퍽이나 미스테리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ㅡ. 서로를 처음 인식했던 시간 때부터 고등학교 3년, 그리고 대학생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역시 일견(一見) 직접적 소통이 드물었던 관계의 지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저녁 식사거리를 마주하면서 화제거리를 이렇게 저렇게 씹어대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날개를 달아 훌쩍 날아가 버린다.

어제의 저녁 식사는 족발이었다. 그간 참치횟집에만 갔는데 어쩌다가 이번에는 다른 메뉴를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도 내가 결정해야 했는데 결국 그의 결정을 따르게 되었다. 사실 할 말도 없었다. 약속 시간에 엄청나게 지각한 데다가, '안양1번가'에서 이러이러한 것을 먹고 싶다고 해서 그것을 만족시켜 줄 음식점이 많지 않은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에 메뉴 결정은 포기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에그 이런. 그렇게 해서 족발집에 갔다. 음식점 직원들은 둘이서 4인용 세트 메뉴를 시킨다는 것에 매우 놀란 눈치었는데, 나중에 식사를 다 끝내고 계산할 때 그 메뉴를 모두 해치워먹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경악(驚愕)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4시간동안 먹으며 이야기했다.

호식이와의 대화 주제는 상당히 폭넓다. 결코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다. 언변(言辯)이 탁월(卓越)한 데다가 명확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얘가 원래 이랬나 싶어 놀랍다. 게다가, 비록 처음 본지 6~7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니, 얘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네?'하면서 놀라기 일쑤이다. 재미있고 신기하다.

그와의 대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들이 정말 많은데 그걸 표현하기는 힘들다. 차라리 깎아내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原石)인 채로 놓아두는 게 더 낫지, 괜히 가공하려 들었다가는 그렇게 해 놓은 게 맘에 들지 않아 사장(死藏)시켜 버릴까봐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다. 마치 나와 호식이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1년에 두 번 회합하는 이런 기회만큼이나 표현하기 어렵다.

다시 보기까지 또 얼만큼의 시간이 흘러갈 지 모른다. 솔직히 우리는 기약없이 헤어졌다가도 기약없이 만나서 시간을 그렇게 곧잘 보내왔다. 내가 베풀어줄 수 있는 삶의 이야기가 그보다 진부하고 재미없다는 사실에 항상 미안하긴 하지만 아마 수 년(年)이 흐르고 나서도 서로 뻔뻔하게 다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건 우리가 미스테리한 관계 속에서 미스테리한 시간들을 잘 경영하고 있기에, 그런 맥락에서 쉽게 추리할 수 있다.

아 모르겠다, 오늘의 일기는 참으로 쓰기 어렵다. 아무튼 내가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끌리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For the sake! Of the call!

-fluorF-